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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 ‘입찰 담합’…법원 “25억 배상”

이투데이 조회수  

“낙찰예정자 미리 정해놓고, 이익 배분 합의”

한국남동ㆍ남부ㆍ동서ㆍ서부ㆍ중부발전 등 5개 공기업
동일고무벨트ㆍ티알벨트랙ㆍ화승엑스윌 등 7곳 상대로
35억 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앞서 공정위 56억 과징금

사진 출처 = 동일고무벨트 홈페이지

화력발전소에 납품하는 컨베이어벨트 값을 십 수년간 담합한 국내 업체들에게 법원이 25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김지혜 부장판사)는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5개 공기업이 동일고무벨트, 티알벨트랙, 화승엑스윌 등 피고 7개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3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당진화력발전소 등 10개 화력발전소가 발주한 총 163건의 컨베이어벨트 구매 입찰에서 미리 낙찰예정자를 정해놓고 생산예정자, 이익배분 등에 대해 합의했다”면서 “낙찰 예정자는 자신의 입찰가격을 들러리 사업자들에게 알려주면서 협조를 요청했고, 들러리 사업자들은 그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거나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협조했다”고 지적했다.

또 “낙찰예정자가 낙찰을 받으면 물량 일부 또는 전부를 들러리 사업자들에게 외주를 주거나 가상의 상품거래를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이익을 공유했다”고 판단했다.

국내 화력발전소를 보유한 한국남동발전 등 공기업 5개사는 2018년 당진ㆍ보령ㆍ삼천포 등 국내 10개 화력발전소에 필요한 컨베이어벨트를 장기간 납품해오던 동일고무벨트 등 7개 업체를 상대로 3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1999년 1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13년 넘는 동안 치러진 163건의 구매 입찰에서 피고 업체들이 가격을 담합했고, 그에 따라 35억 원 규모의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화력발전소나 제철회사처럼 대규모 수요처로부터 직접 발주 받아 컨베이어벨트를 생산ㆍ판매하는 OEM 영업 시장에서 피고 7개 업체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 합계는 100%에 가까운데, 이들이 사전에 컨베이어벨트 값을 합의한 뒤 동일고무벨트에 계약을 몰아주고 티알벨트랙ㆍ화승엑스윌 등 소위 들러리 사업자들은 외주로 안정적인 일감을 가져갔다는 취지다.

실제 이 같은 담합을 파악한 공정거래위원회가 2017년 8월 업체 7곳에 시정명령을 내렸고, 동일고무벨트에 17억7800만 원, 티알벨트랙에 20억2300만 원, 화승엑스윌에 17억6000만 원 등 과징금을 각각 부과한 바 있다.

이투데이 DB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에 넘겨진 피고 업체들은 “원고인 5개 공기업이 거래상 압도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컨베이어벨트 공급가격의 인상률을 제한해왔다”고 맞섰다.

“원재료 가격 변동 등을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대응한 수준에 불과해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이 같은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감정 결과에 따르면 낙찰가격이 담합행위가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가격보다 높은 것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다만 원고인 5개 공기업이 컨베이어벨트의 주요 구매자로서 금액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등 피고 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누린 점, 컨베이어벨트 사업의 경우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라 매출 규모에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됨에도 거래상 열세에 있는 피고들이 이를 공급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웠던 점은 참작했다.

2017년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납부 명령을 받은 만큼 부당이득이 일부 환수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 재판부는 “피고 업체들의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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