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0.88배…3곳 중 2곳, 1배 미만
저 PBR 기업 대상 공시 의무화 고민
부양책 주효한 日…실효성 거둘지 주목
금융당국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개별 종목의 저평가 문제부터 풀어나가겠단 복안이다.
하지만 유가증권시장에서 PBR 1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종목들이 쌓여 있어 당국의 해결책들이 향후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코스피 PBR은 0.88배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상장주 평균(4.6배)과 비교해 크게 뒤쳐지는데다 ‘잃어버린 30년’으로 상징되는 일본 증시의 니케이255지수(1.4배)와 비교해도 낮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대표적인 투자 척도 중 하나다. 1배를 밑돌면 자산 가치보다 시총이 더 낮다는 의미로 시장에서는 사업의 지속보다 자산을 처분하고 해산하는 것이 낫다고 간주된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저평가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관측된다. 우선주를 제외한 802종목 중 542종목(67.6%)의 PBR이 1배에도 미치지 못했다. 3종목 중 2종목이 자산가치 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업종도 가리지 않았다. PBR이 1배를 넘는 업종은 의약품(3.80배), 서비스업(1.59배), 기계(1.47배), 전기전자(1.45배), 제조업(1.12배) 등 일부에 불과했다. 전기가스업(0.32배), 보험(0.37배), 증권(0.38배), 건설업(0.40배), 금융업(0.42배), 종이목재(0.43배) 등은 0.5배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차원에서 국내 기업들의 PBR을 높일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이중 하나로 저 PBR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시 의무화 방안이 거론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네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PBR이 낮은 기업은 스스로 어떻게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공시를 하게 유도함으로써 기업들이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제도를 운용해보려 한다”며 “다각적 방안을 모색해 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의 성공 사례를 모방해 보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상장사 3300여곳에 공문을 보내 PBR이 1배를 밑돌 경우 주가를 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공시하고 실행하라고 주문했다. 자본 효율 개선과 주주 친화 정책을 통해 자본시장 부양 효과를 노리겠다는 시도였다.
이에 일본의 기업들은 현황 분석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 주주환원 방안, 성장전략 등을 지속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실효성도 거두고 있다. 프라임시장 상장사 1800곳 중 PBR 1배 이하의 기업이 51%에서 41%로 개선됐다. PBR 1배 이하의 기업 중 169개사가 1배를 회복했다.
일본 증시는 이러한 정부 부양책과 엔저를 업고 3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활황이다. 니케이225지수는 지난주(8~12일)에만 6.59%(3만3704.83→3만5577.11)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22년 3월 이후 가장 큰 주간 상승 폭이다.
김채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PBR이 개선된 일본 기업들의 자료를 분석하면 ROE 목표 공시·구체적인 주주환원책의 개시와 실행·구체적인 성장 전략 개시 등 3가지 특징이 있다”며 “투자자에게 성장 계획 전략과 그 실현 가능성을 공표하며 안정 투자자금을 불러들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저 PBR 기업의 주가 부양 계획 공시 의무화 등이 구체화된 것은 아니다. 현재는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된 상황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이제 논의를 시작해 보겠단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향을 가지고 검토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사례가 국내 증시에서도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만큼 저 PBR 해소를 위한 당국의 구체적인 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시 의무화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며 “정책이 구체화 돼야 실효성 여부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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