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입·비과세 한도 대폭 늘고 고액자산가에 가입기회 부여
고객 기반 탄탄한 증권사 수혜 전망…日 NISA 사례 ‘주목’
정부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세제 지원을 확대하면서 ISA를 통한 자본시장의 자금 유입이 기대되고 있다. 납입·비과세 한도가 대폭 늘어나고 가입 문턱도 낮아지면서 ISA가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ISA 혜택 확대를 위한 법 개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추진하기로 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서 금투세 폐지로 절세 효과가 있는 ISA 가입 유인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정부의 과감한 세제 지원으로 분위기가 환기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개최된 민생토론회에서 “ISA 가입 대상과 비과세 한도를 대폭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ISA는 예금·주식·펀드·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운용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좌다. 지난 2016년 도입 후 지난해 11월말 기준 총 가입자수 488만5121명, 투자금액 23조1654억원으로 성장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SA는 세제 혜택 계좌 중 가장 늦은 시점에 도입됐지만 가입률은 이미 개인형퇴직연금(IRP)을 넘어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젊은 연령대가 더 선호한다”며 “폭 넓은 금융자산 편입과 상대적으로 낮은 유동성 제약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번 ISA 제도를 개선하면서 현행 연 2000만원, 총 1억원인 ISA의 납입한도를 연 4000만원, 총 2억원으로 각각 2배씩 늘리기로 했다. ISA 계좌에 제공하는 배당·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 역시 기존 200만원(서민·농어민형은 400만원)에서 500만원(서민·농어민형 1000만원)으로 2.5배 상향한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종전 연 최대 2000만원까지 납입할 때 세제 지원 효과(의무가입 기간인 3년 기준)는 일반형 기준으로 46만9000원이었지만 최대 40000만원까지 납입할 경우 규모가 103만7000원으로 늘어난다. 서민형은 종전 66만7000원에서 151만8000원까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입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특징이다. 정부는 ISA의 한 유형으로 국내주식·펀드에 투자하는 국내투자형을 신설해 이자·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 이상인 금융소득종합과세자도 가입을 허용할 계획이다. 이 상품은 비과세 혜택 없이 15.4%(원천징수세율) 분리과세만 적용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고액 자산가의 국내 자본시장 투자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고액 자산가들은 ISA 가입이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제도 개편으로 자산가 고객 기반이 탄탄한 증권사들 간 신규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에선 ISA 개편이 기본적으로 자본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일본 증시가 활황을 이어가는 배경으로도 일본이 도입 10년만에 개편한 신(新) 소액투자비과제제도(NISA)가 꼽히고 있어서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일본판 ISA인 NISA의 연간 납입 상한액을 적립식 40만 엔에서 120만 엔으로, 일반형 120만 엔에서 240만 엔으로 대폭 상향하고 비과세 적용 기간도 최대 20년에서 무기한으로 늘렸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각 증권사의 NISA 계좌 매입액은 연간 2조 엔(약 18조원)대 후반으로 추정된다”며 “신 NISA의 투자 한도 240만 엔으로 투자자금이 증가할 경우 연간 매입액 약 5조~6조 엔(약 45조~54조원) 규모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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