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일학개미’가 새해부터 폭풍 매수에 나서고 있다. 일본 증시가 1990년 이후 34년 만에 최고 평균치를 돌파하는 등 강세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일학개미의 투자 성적표도 양호한 모습이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국내 투자자는 일본 주식 약 53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년 동기 대비 577% 폭증한 수준이다. 지난 16일 기준 일본 주식 보관 금액은 5조161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8126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기존에 국내 투자자는 미국 주식시장에 주로 투자해왔다.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759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9% 감소한 수치다. 규모 자체는 크지만 지난해보다는 관심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미국 뉴욕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기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연초 이후 상승률이 -1.12%다. 나스닥지수는 -1.0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4%다.
주요국 증시가 부진하면서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좇아 일본 증시로 향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15일 장중 3만6000선을 돌파했다. ‘거품경제’ 시절이던 1990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연초 이후 닛케이225지수 상승률은 6.02%다.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 아르헨티나(20.92%)와 튀르키예(7.42%)에 이어 3위다. 코스피는 8.26% 하락해 꼴찌를 기록 중이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와 기업 실적 호조가 증시 강세의 배경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글로벌 국가 대비 남다른 이익 모멘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2024년, 2025년 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에 따라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학개미의 순매수 1위는 389억원어치를 사들인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 상장지수펀드(ETF)다. 이 ETF는 엔화로 만기 20년 이상인 미국 초장기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미국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 상승과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 2위는 엔화로 미국 7~10년 국고채에 투자는 ‘아이셰어즈 코어 7-10년 미국채 엔화 헤지’ ETF다.
ETF를 제외하면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16억원), 게임기업 캡콤(15억원), 반도체 시험 장비업체 아드반테스트(9억원) 등을 사들였다. 도쿄일렉트론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5.64%, 캡콤은 17.93%에 달한다. 아드반테스트도 11.26%로 높다.
시장 전문가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인상하기 전까지는 증시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에 크게 기대는 현재 일본 경제와 기업 이익 구조상 엔화 강세 급반전은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장은 완화정책 종료·엔화 강세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지만 BOJ는 물가보다 경기를 더 신경 쓰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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