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최고치…올해만 56.2원 올라
금리 인하설 줄고 지정학적 리스크 커져
원·달러 환율이 다시 1350원대 돌파를 목전에 뒀다. 중동 확전 가능성과 북한의 위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데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꺾인 탓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350대를 넘어설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안착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4.5원 내린 1339.7원에 마감했다.
앞서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0.8원 오른 1345.0원에 출발했다가 오전 중 1339.15원까지 떨어진 뒤 1340원 초반대에서 횡보했다.
다만 전날 환율은 전일 대비 12.4원 오른 1344.2원에 마감했다. 나흘 연속 오름세를 보였으며 이는 지난해 11월 1일(1357.3원) 이후 두달 보름여 만에 최고치였다.
올해 들어 원·달러는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12거래일 동안 상승 마감한 날은 10거래일로 전체 상승폭은 56.2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최근 3거래일 동안 상승 폭은 절반 수준이 넘는 30.7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급등한 것은 우선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당장 저문 탓이다. 지난해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에서 금리 3회 인하가 시사되면서 시장에서는 3월 금리 인하설이 확산됐지만 최근 연준 인사들의 진화 발언에 조기 금리 인하설의 힘이 빠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연초 80%대에서 전날 62.98%까지 내려온 상태다.
이런 영향으로 달러 가치가 오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기준 103.45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12월 27일 100.99까지 내려갔다가 새해어 꾸준히 올랐다.
최근에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홍해 사태로 중동 확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고, 대만의 친미 성향 총통 선거와 관련해 대만 해협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대남 위협 발언 등 북한 리스크도 원화 가치를 짓누르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의 상황도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 일본의 연초 강진 등 영향으로 달러·엔 환율은 지난해 11월 말 이후 다시 147엔대를 기록하며 엔저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엔저는 원화 약세의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국내 경기와 밀접한 중국 경기가 부진한 점도 원화가치 하락을 이끌었다.
우리 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외국인의 증시 이탈도 악재다. 삼성전자 등 주요 상장사들이 연이은 소식은 우리나라 수출 기대를 악화시키며 외국인의 증시 자금 순매도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거래일 연속, 코스닥에서는 2거래일 째 ‘팔자’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에는 130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1350원을 넘어서긴 힘들다고 보고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 연준의 3월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은 약화됐지만 2분기 중 금리인하는 여전히 유효해 달러화 추가 강세를 제한하는 요인”이라며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피봇이 지연됐지만 2분기 피봇 예상은 유효하기 때문에 달러 ·엔 환율 추가 상승폭도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10월과 같이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동시에 단기적으로 추세적 하락세로 전환하기도 힘든 국면”이라며 “1300~1350원대 등락 장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해에는 추가 인상에 대한 불안감으로 환율이 1360원 가까이 올랐지만, 현재는 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가 변한 것으로 1350원을 넘기는 힘들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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