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사일 공습 이틀 만에 보복 공습
이란과의 외교 관계도 단절
‘형제의 나라’서 ‘적’으로
‘시아파’ 이란 vs 수니파 진영의 전면전 양상
서로를 ‘형제의 나라’로 칭하던 이란과 파키스탄이 이틀 사이 미사일 공습을 주고 받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으로 우려를 키웠던 중동 전면전이 현실이 돼 가는 분위기다. 다만 전쟁은 이스라엘과 중동 진영의 전면전이 아닌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수니파 진영의 대결로 번지는 양상이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외교부는 성명에서 “이날 오전 이란 시스탄오발루체스탄 지역의 테러리스트 은신처를 대상으로 고도로 조직적이고 구체적으로 표적화한 정밀 군사 공격을 감행했다”며 “많은 테러리스트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CNN방송은 파키스탄 보안 당국자를 인용해 파키스탄이 이란 내 7곳을 표적으로 공습했다고 전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은 자국 남서부 인근에서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벌어져 여성 3명과 어린이 4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습은 이란이 파키스탄 영토에 미사일을 발사한 지 이틀 만에 벌어졌다. 앞서 이란은 16일 파키스탄 남서부에 있는 이란 수니파 분리주의 무장조직 ‘자이시 알아들’의 근거지 두 곳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폭격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이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형제국가 파키스탄 국민 중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의 표적이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우리는 파키스탄 땅에 있던 반(反)이란 테러리스트를 공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자릴 압바스 젤라니 파키스탄 외교장관에게도 전화를 걸어 “자이시 알아들은 우리 두 국가의 공동 안보에 반하는 테러리스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측은 이란에 보복을 천명했고 이날 실제로 공습이 이뤄졌다. 이란의 공습 과정에서 파키스탄 어린이 2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친 데다 양국 간 통신 채널을 두고도 사전 대화가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파키스탄은 이란과의 외교 관계도 단절했다. 뭄타즈 발루치 파키스탄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주이란 대사의 본국 송환을 결정했고 현재 이란에 머무는 주파키스탄 대사가 당분간 파키스탄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통보했다”며 “양국 사이에 진행 중이거나 계획됐던 모든 고위급 방문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파키스탄은 이란의 불법 행위에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최근 이라크 아르빌에 있는 이스라엘 첩보 기관 모사드 본부를 폭격하고 시리아 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공격하는 등 이란은 주변 국가들에 대한 공격 범위를 확대해왔다. 애초 이스라엘과 중동 전역의 대결로 확대될 것 같았던 전쟁이 이란과 수니파의 대결로 엉뚱하게 번지고 있는 셈이다.
파키스탄의 보복으로 이란이 다시 무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공습이 이뤄지기 전 파키스탄 정부의 보복 예고에 모하마드 레자 아슈티아니 이란 국방장관은 “이란은 세계 미사일 강국”이라며 “얼마든지 추가 대응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이란은 2000km 사정거리 이내의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것”이라며 “이란을 위협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대응할 것이고 대응은 강인하고 단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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