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외화채권(KP, Korean Paper) 순발행 규모가 167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만기도래 규모 역시 역대 최대치(397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이듬해인 올해에도 만기도래 규모가 400억달러(405억달러)를 넘어서며 최대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은행 국제국 외환건전성 조사팀은 ‘2023년 외화채권 시장의 특징 및 2024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가장 큰 특징으로 외화채권에 대한 높은 수요를 꼽았다. 이에 대해 한은은 “작년 아시아 채권시장에서 국내 외화채권과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 외화채권(중국물)이 순상환됐고 이에 대한 대체수요 중 일부가 KP로 유입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화채권 발행은 외화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로 금융기관과 민간기업, 공기업 등이 해외직접투자자금, 운영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외화채권을 발행한다. 기관들의 이 같은 채권 발행을 통해 외화유동성 상황이 개선될 수는 있으나 만기 도래에 따른 상환 부담이 확대돼 외환 부문 잠재리스크로도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은 지난해 발행된 외화채권의 또다른 특징으로 발행금리 상승을 꼽았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채 10년물 금리(벤치마크 금리)는 작년 상반기 3.6%로 전년 말 대비 0.7%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외화채권 평균 발행금리 역시 전년 대비 1.3%포인트 높은 4.9%를 기록했다. 한은은 다만 “발행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KP스프레드가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금융기관이 아닌 소수 대기업·공기업들이 작년 외화채권 발행의 90%(순발행 기준) 이상을 주도한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민간기업의 경우 해외투자와 운영자금 수요 증가, 공기업은 외화채권 발행을 통한 원화자금 조달의 금리 이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은행은 풍부한 외화유동성과 외화대출 감소 등으로 작년 순발행 규모(29억달러)가 전년 동기(91억달러) 대비 30%대에 머물렀다.
이밖에 작년 발행된 외화채권 통화와 유형이 다양해졌다는 점도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실제 지난해 유로화와 스위스 프랑화 외화채권 발행규모는 전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로본드 역시 증권사를 중심으로 발행규모가 늘었다.
올해 외화채권 만기도래 규모는 400억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대규모 만기도래에도 채권 발행기관의 높은 신용도와 완화적 금융여건 등을 바탕으로 발행과 상환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이 발행여건 악화에 따른 원화채권 발행 확대 가능성이 제기돼 시장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유동성과 풍부한 은행과 달리 일부 기업들의 스왑수요 확대 등은 국내 채권시장과 외화자금시장에 수급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또한 중국물 외화채권 수요 회복과 최근 불거진 국내 부동산 PF 부실 확대에 따른 기업들의 신용리스크 증대 역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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