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상생금융 영향으로 은행 간 금리인하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에 주춤했던 변동금리 수요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신규 대출 차주를 중심으로 변동금리 선택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여전히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은 탓에 당장 이자를 조금 더 부담해야 하지만, 추후 금리 인하에 따른 더 큰 폭의 이자 경감을 기대하는 차주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향후 금리 인하 폭이 생각보다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는 데다 코픽스를 제외한 은행채‧기준금리 등 지표금리의 흐름도 아직은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변동금리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변동금리의 주요 지표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가 내림세로 전환하면서 대출 시장에서 변동금리를 찾는 수요가 더욱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일련의 금리 흐름, 그리고 건전성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굳어진 ‘고금리 시기엔 고정금리’라는 모범답안에 서서히 균열이 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긴축 완화 시그널이 시장에 보내질 때마다 변동금리 수요가 ‘반짝’ 확산하는 경향은 종종 포착됐다. 하지만 최근 코픽스 하락세가 심상치 않고, 실제 긴축완화가 기대감을 넘어 현실로 다가온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변동금리 확산세가 일종의 추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의미한 하락세’ 기록한 코픽스
최근 변동금리의 지표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는 4개월여 만에 다시 하락하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코픽스는 국내 주요 8개 시중은행(NH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KB국민·한국씨티)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최근 공개된 지난해 12월 코픽스(신규 취급액 기준)는 전월(4.00%) 대비 0.16%p 하락한 3.84%를 기록했다. 신규 코픽스가 전월 대비 하락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4개월여 만으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코픽스는 3개월 연속 상승했다.
다만, 이러한 상승세도 과거와 달리 상승폭, 상승 속도가 제한적인 흐름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11월 코픽스는 전월 대비 0.03%p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9월 대비 10월 상승폭(0.15%)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상승세였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로 이번 코픽스의 하락폭이다. 이번에 공개된 지난해 12월 코픽스의 전월 대비 하락폭은 0.16%p인데 이는 지난해 1월 발표된 2022년 11월 대비 2022년 12월 코픽스 하락폭(0.47%p) 이후 가장 큰 수치다.
지난 2022년 말의 경우, 윤석열 현 정부 출범 이후 은행권을 향한 소위 ‘이자장사’ 논란이 한창 불거지며 금융당국의 날 선 비판이 처음 시작된 시점이다. 당시 은행권은 새롭게 들어선 현 정부의 ‘금리 관치’ 기조에 화답하듯 일제히 대출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린 바 있다.
이후에도 코픽스는 전월 예금금리, 대출 금리 흐름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다만, 지난해 12월과 같이 0.1%p 이상의 다소 큰 폭의 금리 변동, 특히 코픽스 하락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픽스 하락에 ‘꿈틀대는 변동금리’
이러한 코픽스의 의미 있는 하락세 전환은 당장 코픽스를 지표금리로 삼고 있는 주요 변동형 대출 상품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은행권 내 변동금리가 적용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나란히 인하됐다. 실제로 지난 16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01%~6.02% 수준에 형성돼있다. 대다수 시중은행이 지난주 코픽스 하락분을 반영해 대출 금리를 코픽스 인하폭 또는 그 이상으로 낮춘 결과다.
특히 이를 통해 변동형 주담대 금리 하단의 경우, 연 3%대 진입을 목전에 두게 됐다. 이미 지난해 연말, 전반적인 은행채 금리 하락의 여파로 3%대에 진입한 고정금리와 함께 빠르면 이달 말부터 연 3%대 금리의 변동금리 상품 또한 시중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동금리 하락세가 전체 대출 시장 내 고정금리 비중 감소와 변동금리 비중 확대로 이어질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여전히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연 3.41%~5.46%)가 다소 낮게 형성되는 등 나름의 경쟁력을 앞세워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최근 변동금리 선택 비중 또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예금은행에서 신규 취급한 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56.7%로 변동금리 비중(43.3%) 대비 13%p 이상 컸다. 다만, 전월 대비 고정금리 비중이 10%p 이상 감소한 반면, 변동금리 비중은 그만큼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해 9월 기준 고정금리 비중이 75.2%로 두 달 사이 20%p 이상 축소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은행권의 고정금리 영업 확대,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우선 기조에도 불구하고 실제 대출 차주들은 고정금리 대신 변동금리 선택을 늘린 셈이다.
한편, 11월 변동금리 비중(43.3%)은 지난 2022년 9월(49.9%)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비중을 기록이다. 또 같은 기간 잔액 기준 예금은행 내 변동금리 비중은 58.6%로 전월(58.4%) 대비 0.2%p 확대됐다.
불확실한 금리 예측, ‘대안도 필요해’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일련의 금리 흐름에도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에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은 다소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실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언제가 될지 예측이 어려운 데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현재 이자부담을 낮출 수 있는 고정금리 선택이 낫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현재 고정금리 상품의 경우, 변동금리 상품보다 금리가 0.5~0.7%p 가량 낮게 형성돼 있어 당장 이자 절감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시작된 주담대 대환대출 서비스로 인해 은행 간 금리 인하 경쟁에 불이 붙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고정금리 상품 중 상당수는 가입 후 3~5년가량이 지난 후 고정금리 유지 또는 변동금리 선택 등 혼합형의 성격을 띠고 있다. 현재 고정금리를 선택했다 해도 얼마든지 또 다른 방식으로 추후 변동금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준금리 인하와 별개로 코픽스, 은행채 등 지표금리의 흐름은 예측이 쉽지 않아 당장 연내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전망도 하기 힘들다”며 “이자 경감을 원하는 차주는 리스크 우려가 있는 변동금리보단, 현재 서비스 중인 대환대출을 통해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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