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시즌 지난해 실적 발표 앞두고 전망 어두워
태영건설 워크아웃…올해 개선 시작부터 ‘삐끗’
증시 부진 속 거래 침체 우려에 불확실성도 커져
증권사들이 연초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증대 속에 증시까지 하락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1조클럽(연간 영업이익 1조원)이 전무했던 상황에서 올해 실적 개선의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초반부터 난관을 맞은 셈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들의 실적이 전년도(2022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해도 시작부터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어닝 시즌을 맞아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전망이 그다지 밝지는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대신증권 등 주요 7개 증권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산은 총 74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조원을 넘어섰던 전 분기(지난해 3분기·1조1812억원)보다는 37.2%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전무할 것으로 예상되는 1조클럽 가입 증권사가 올해는 다시 등장할지가 관건인데 시작만 놓고 보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20년 미래에셋증권이 처음 달성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은 이듬해인 2021년에는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 등 4개사가., 2022년에는 메리츠증권이 이뤄낸 바 있다.
일단 지난해에도 잠재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 부동산PF가 여전히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국내외 부동산 시장 악화 속에서 부동산PF 충당금 적립 이슈가 지속된 가운데 연말 불거진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사태가 이를 부추기는 양상이다.
증권사들의 부동산PF 대출 잔액 규모(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조3000억원·금융위 자료)는 타 금융업권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연체율(13.85%)이 높아 부동산 PF 리스크가 불가할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7일 보고서를 통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를 계기로 한국의 비은행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 리스크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여기에 연초 증시마저 침체에 빠지는 형국이어서 증권사들의 고심이 커질 전망이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61.69포인트(2.47%) 내린 2435.90으로 마감했는데 이는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 14일(2433.25) 이후 두 달 여만에 최저치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첫 거래일(2일) 상승한 후 8거래일(3~12일) 연속 하락했다. 이후 15일 강보합으로 하락세가 멈췄지만 다시 이틀 연속 하락하며 2500선이 무너진데 이어 2400선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올 들어 지수 하락율은 8.26%(2655.28→2435.90)에 달하는 것으로 지난해 마지막 두 달간(11~12월) 16.56%(2277.99→2655.28)나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흐름이다.
올해 들어 보름 만에 4.87% 하락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연말 상승장에도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연초 하락장의 흐름으로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실적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2년간 업황 악화로 실적에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올해 개선 의지가 강한 상황인데 시작부터 쉽지 않은 현실과 맞딱뜨린 것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실적이 후반으로 갈수록 안 좋아지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이면서 올해는 연초부터 개선의 시동이 걸리길 원했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지난해 연말 터진 태영건설발 부동산PF 리스크 증대에 연초부터 증시가 휘청거리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하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 인하가 호재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가 실적의 변곡점으로 올해부터는 실적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는 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에는 국내 부동산 PF 업황 부진과 해외부동산 평가손실 반영 등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부진했지만 향후에는 금리 하락 기조로 이러한 대규모 비용 발생의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 하락과 더불어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등 개인투자자의 증시 유입 유인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 부문 중심의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