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어느 시대, 어느 곳이나 세상에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이 존재한다. 다만 도움이 필요한 곳과 도움의 방법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져야 할 뿐이다.
한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 굴곡진 70여 년을 보냈다.
그만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의 모습도 크게 변해왔다.
한국의 70여 년 극적인 변화와 함께하며 늘 소외된 사람들에 도움의 손길을 뻗어온 대표적 기관이 있다. 바로 대한사회복지회다.
비즈니스포스트는 20일로 창립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대한사회복지회의 강대성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강 회장은 1982년 유공(SK 전신)에 입사한 뒤 사장실 상무를 거쳐 2011년 SK 그룹의 사회적기업 ‘행복나래’의 대표이사를 맡은 일을 계기로 사회복지 사업에 뛰어들어 사단법인 굿피플인터내셔널 상임이사를 지냈다.
대한사회복지회 회장이 된 후엔 영리기업,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을 두루 거친 경험과 노하우를 사회복지 사업 성장에 접목시키는 데에 공을 들이고 있다.
– 대한사회복지회는 어떤 기관이며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는가?
“대한사회복지회는 6’25전쟁 휴전 직후인 1954년 1월 전쟁고아들에게 가정을 찾아주기 위해 창립됐다. 정부가 직접 설립해 운영하다 민간으로 이양됐다. 현재 규모는 본회와 3개 사무소, 운영시설 27개에 이른다.
창립 직후에는 한국의 상황상 아무래도 해외 입양 등 업무를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재는 영아원, 가정위탁보호 등 아동복지 사업을 비롯해 장애아동복지, 한부모가족복지, 어르신복지, 지역사회복지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사회복지회는 이제 사람의 생애 주기로 보면 태어나서 노인이 될 때까지 전 영역에서의 사회복지 사업을 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 대한사회복지회는 이제 곧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앞으로 변화의 방향은?
“한국이 이제 출산율 0.7명대 저출산 문제를 겪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한사회복지회의 업무 가운데 해외 입양은 가급적 줄이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2025년 7월부터는 대한사회복지회의 입양 업무는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이관된다.
그래서 이제 기관의 미션과 비전도 바꾸고 새로운 일을 좀 더 많이 하려고 한다. 1월18일에 열릴 창립 70주년 행사 때 CI, 비전, 미션 선포식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사회복지회의 사업 영역을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정부 지원을 받는 사업이라도 사회적으로 영향이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반납하거나 수탁을 포기하는 등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 영리기업,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을 두루 거친 경험을 공유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재 대한사회복지회 혹은 국내 비영리기업에 가장 필요한 정신을 무엇이라 보는가?
“IT,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세상은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런데 비영리기업은 그 변화 속에서 큰 변화 없이 너무 잔잔하게 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비영리기관 혁신과 관련해 강의나 면접을 다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매타버스, 챗-GPT,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같은 것을 물어보고 설명하라니까 잘 못 하더라. 본인이 학교에서 배운 사회복지 관련 내용은 잘 알고 있는데 최근 사회 변화의 경향은 잘 모른다는 거다.
최근 경향을 좀 알아야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무언가를 만들어 갈 텐데. 그래서 조금은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근무를 하고 조직에도 변화 대응에 대한 긴장감이 필요할 것 같다.
결국 비영리기관에도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비영리기관은 철저하게 사명을 가지고 일을 하지만 그 사명을 수행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도 ‘비영리기관 역시 경영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비영리기관이 혁신을 보일 수 있는 구체적 내용은 무엇이 있을까?
“국내 모금시장을 보면 이제 레드오션으로 가고 있는데 다른 조직이 하지 않는 후원자 케어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초개인화 시대로 바뀌었기 때문에 후원자도 감동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부도 기부자가 ‘미혼모 자립에 써달라’ 아니면 ‘영아원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 이렇게 구체적 요구를 달고 돈이 들어온다.
그러면 기부자의 요구에 맞춰 차별성 있게 기부금을 잘 쓰고 제대로 된 피드백을 기부자에게 보여준다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부금이 몰릴 수 있다.
개인적 경험 하나를 이야기하겠다. 예전에 경남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바자회를 해 100만 원을 모은 적이 있다.
그 돈을 어디다 후원할 것인지를 놓고 아이들이 이야기하다가 자기들 또래 중에 희귀난치성으로 고생하는 아이가 있을 것 같은데 찾아보자며 직접 검색을 했다.
마침 전에 내가 있던 조직에서 희귀난치성 환아를 후원하는 것을 아이들이 보고 모은 돈을 전달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서울로 올라와 과자 같은 것도 사고 힘내라고 격려 편지도 쓰고 직접 돈을 전달했다.
나중에 희귀난치성 환아도 ‘고맙다’, ‘힘낼게’ 같은 메시지를 담은 영상편지를 만들었고 영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줬더니 다들 너무 감동했다.
그 아이들은 앞으로 성장해서도 기부의 가치를 충분히 알고 실천할 것이다.
기부가 이런 식으로 이뤄지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로 기부금을 모을 때만 열심히 하고 기부금이 들어오면 기부자에 ‘감사합니다’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SNS 같은 것들을 활용해 기부자에 물질적 보상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심리적 보상을 주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자선단체, 모금시장 등과 관련해 가장 절실하게 도입되거나 고쳐져야 한다고 보시는 제도, 규제를 꼽아 본다면?
“기부 문화나 세제 문제 같은 것들은 이곳저곳에서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 다른 주제로 이야기하겠다. 나는 사회복지 영역에 있는 사람들 급여가 너무 적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미국 같은 선진국을 보면 사회복지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급여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 한국에서는 사회복지 하는 사람들은 헐벗고 굶주려야 한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사회복지사 남녀가 결혼하면 수급 대상자가 된다는 웃지 못할 말도 있다.
정부가 사회복지 예산을 짤 때 관련 종사자의 인건비도 조금 관심을 가지고 살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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