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코로나19 이후 투자 혹한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벤처·스타트업이 다시 도약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벤처 투자 업계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흐름에 맞춰서는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성장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되어 온 글로벌 시장 진출 움직임도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현실화 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이후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움츠러들었던 벤처투자 생태계도 올해는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투자가 이뤄지며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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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타트업 채용 설명회에서 방문객들이 채용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경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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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로봇(Robot)·동아시아(East Asia)·인공지능(AI)·벤처 투자 자금(Money)가 업계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급격히 고령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유망 산업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8.4%였고 내년에는 20.6%에 달해 초고령 사회가 본격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000만 명, 이들을 부양하는 인구는 수천만 명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방문·요양 서비스를 디지털화 하는 플랫폼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현재 고령층은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인구층으로 기대수명이 과거에 비해 긴데다, 소비력도 갖춘 만큼 헬스케어 수요가 그 어느 때 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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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헬스케어 플랫폼 ‘케어닥’ CI. 사진 제공=케어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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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시장에서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테크 기업들의 성장이 유망하다. 단순한 케어가 아니라 신기술을 결합해 고령층의 건강 관리를 돕는 비즈니스가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 눈길을 끄는 기업들로는 케어닥이 꼽힌다. 케어닥은 고령의 노인이나 환자 등 간병이 필요한 사람과 간병인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직접 요양 시설을 구축해 운영도 하고, 전국에 산재돼 있는 각종 요양 시설 정보를 통합해 제공한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누적 거래액은 1500억 원, 매달 활동하는 ‘케어코디(간병인)’ 수는 3500명, 매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수는 1만 명에 이른다. 고령층은 디지털 서비스 사용에 친숙하지 않지만 이들의 자녀 세대가 주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케어닥 경쟁 기업으로는 시니어 방문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어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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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 뤼튼 대표가 지난해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포털 서비스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 미디어데이에서 연말 결산 및 내년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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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라 부상하는 산업은 로봇 분야다. 주요 로봇 기업들은 최근 멈춰서 작업하는 협동로봇 상용화에 이어 움직이는 자율주행 기반 모바일로봇을 미래 로봇 시장으로 점찍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자율주행로봇은 공장이나 창고의 물류 자동화를 넘어 도심 내 ‘라스트마일(물품이 고객에게 배송되는 마지막 단계)’ 물류에도 활용할 수 있다. HD현대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등 대기업 뿐 아니라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는 자체 자율주행로봇 플랫폼을 통해 지난해 4500여 건의 ‘로봇 배달’을 수행했다. 서울, 인천 등 국내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에서 거둔 실적이다. 뉴빌리티는 도심지, 골프장, 캠핑장 등 15개 사업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티라로보틱스는 공장, 창고 내 물류 작업 자동·효율화에 이용되는 자율주행로봇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12월 1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티라로보틱스가 개발한 자율주행로봇은 경사진 바닥, 엘리베이터, 좁은 복도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AI 산업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도 가장 주목 받았다. AI 기술 자체의 발전은 물론 적용 분야가 거의 무한대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아직까지 AI가 도입되지 않은 분야를 찾아내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AI 산업은 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개발한 모델을 국내에 맞게 ‘파인 튜닝(미세 조정)’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오픈AI의 ‘GPT-4 터보’ 등 생성형 AI 모델을 기반으로 Z세대를 위한 글쓰기 솔루션, 직장인들을 위한 카피라이팅, 문서 작성 도구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이저엑스는 AI 기술로 영상 편집 작업을 단순화한 솔루션 ‘Vrew’를 내놓았다. 아우름플래닛은 자체 플랫폼 ‘라이너’를 통해 보유한 1000만 명의 이용자 데이터에 GPT-4를 결합해 문서 핵심 내용 요약, 번역 등 기능을 제공한다. 한 IT솔루션 기업 대표는 “사실상 모든 영역에 AI가 적용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AI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 솔루션을 찾을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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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채널코퍼레이션의 대표 서비스 ‘채널톡’ BI. 사진 제공=채널코퍼레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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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몇 년간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독려해왔다. 정부의 자금지원은 물론 민간의 투자 역시 해외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였다. 올해는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스타트업 시장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일본을 비롯해 ‘한류’ 효과가 큰 싱가포르·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제조 기업부터 플랫폼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국내 벤처·스타트업이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비즈니즈 메신저 ‘채널톡’을 운영하는 채널코퍼레이션은 일찍이 일본에 진출해 현지화에 성공했다. 일본에서 고객관계관리(CRM), 고객상담(CS) 등에 채널톡을 이용하는 고객사는 1만 4000곳에 이른다. 동남아에서는 페이워치(급여 선지급 서비스 플랫폼), 시그니처레이블(화장품 브랜드 해외 진출 자문·대행 서비스) 등이 선전하고 있다. 스타트업 육성기관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정부와 금융사들은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투자를 집중했고 올해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다양한 테크 기업 간 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과의 협업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벤처·스타트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투자자금 동향이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전망이 갈리지만 시장에서는 낙관적인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지난해 워낙 투자가 쪼그라들었던 만큼 올해는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창업자 2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4.7%가 ‘올해 투자 유치 활성화’를 이유로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지난해 투자 시장이 크게 얼어붙으며 집행되지 않은 유휴 투자 자금이 벤처캐피털(VC)별로 꽤 쌓여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드라이파우더’ 집행 여부가 올해 투자 시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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