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7487억서 15조9594억으로 하향
태영건설發 부동산PF 충당금도 악영향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16조원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이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비용을 부담하면서, 이들 금융그룹의 지난해 순이익 전망치가 1조원 가까이 축소됐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총 15조9594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각각 KB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952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2.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나금융은 3조630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이 2.2%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신한금융은 4조5488억원, 우리금융은 2조8282억원으로 각각 2.0%와 10.0%씩 당기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들 금융그룹의 순이익 전망치는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앞서, 에프앤가이드는 지난달 15일 4대 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16조7487억원으로 전망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연간 순이익이 7893억원이 깎였다.
이같은 실적 악화는 4대 금융의 핵심계열사인 은행들이 상생금융 관련 비용을 지난해 결산에 60~100% 반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지난해 은행권은 사회적 책임에 부응하기 위해 총 2조원의 소상공인 민생 금융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1조6000억원은 대출이자가 4% 넘는 자영업자들의 초과 이자납부액에 대해 1인당 최대 300만원까지 돌려주는 캐시백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4000억원은 자율 프로그램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은행별 분담 비용은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에서 결정됐다. 4대 은행의 상생금융 비용은 1조3025억원으로 은행별로는 ▲국민은행 3721억원 ▲하나은행 3557억원 ▲신한은행 3067억원 ▲우리은행 2758억원이다. 은행별로 상생비용 회계처리 시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증권가는 최대 80%가 지난해 4분기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으로 인한 차입금 미회수 등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도 실적 감소에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4대 은행이 태영건설에 빌려준 장단기 차입금은 3575억원이다. 문제는 은행권보다 증권사들의 여파가 큰 만큼, 비은행 부문 실적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4대 은행에 기업은행까지 포함한 유니버스 은행의 4분기 지배주주순익은 전년 동기와 유사하고, 전분기 대비해서는 53.4% 감소하 2조4000억원을 기록해 컨선서스를 23.0% 하회할 전망”이라며 “상생금융 관련 비용이 4분기에 합산 기준으로 1조700억원 반영될 것을 가정했기 때문이며, 그 규모나 회계처리 방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변동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다만 4대 금융은 올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는 등 상반기에도 고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예상하는 4대 금융의 올해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5.5% 늘어난 16조8297억원이다. 올해 초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가 불거지며, 은행 배상이 실적 부담이 되겠지만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NH농협은행까지 포함한 5대 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ELS 상품은 지난 12일까지 106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상반기에만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이 10조2000억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정황을 포착하고 현장검사에 돌입했으며, 오는 3~4월쯤 결론을 내 배상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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