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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3위’ 굳혔지만… 현대차그룹 “올해는 보수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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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서초구 소재 현대차(오른쪽)·기아 양사 건물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서울특별시 서초구 소재 현대차(오른쪽)·기아 양사 건물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연이은 상승세에 2년 연속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3위’ 자리를 굳혔지만 올해 다소 보수적인 판매 목표를 잡으며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글로벌 고금리·고물가 기조와 지정학적 불안정 등으로 수요 침체 등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예상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해 다수의 보급형 전기자동차 라인업이 대기 중인 데다, 불투명한 환경에도 판매 목표를 상향 조정한 만큼 현대차그룹이 마냥 수비적 행보에 머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글로벌 합산 판매량 목표를 전년 대비 1.9%로 소폭 증가한 744만3000대로 정했다. 현대차는 424만3000대, 기아는 32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내수 판매 목표는 전년 대비 9.5% 낮췄으나 해외 판매는 0.9% 늘릴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목표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730만2451대를 판매하며 토요타그룹(약 1065만대)과 폭스바겐그룹(약 880만대)의 뒤를 이어 판매량 글로벌 3위에 올랐다는 점, 현대차·기아가 그간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공격적인 목표 수치를 제시해 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비교적 소극적인 목표치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그간 높은 목표치 설정으로 지난 2014년 이후 9년 연속 연간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기도 했다. 최근 3년의 경우 2021년 708만2000대, 2022년 747만3000대, 2023년 752만대의 목표를 세우며 실판매량과 각각 약 41만대, 62만대, 21만대의 격차가 발생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4위를 기록한 스텔란티스(약 640만대)와 90여만대 차이를 기록하며 지난 2022년 70여만대였던 4위와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리기도 했다. 한편 5위부터 10위까지는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약 628만대) △제너럴모터스(GM, 약 487만대) △포드(약397만대) △혼다(약 395만대) △BYD(약 302만대) △스즈키(약 301만대) 순이다.

지난 3일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을 둘러보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들. (왼쪽 첫번째 줄 부터)유철희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송호성 기아 사장 / 9번 좌로부터 기아 오토랜드 광명 유철희 전무, 기아 송호성 사장, 정의선 회장
지난 3일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을 둘러보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들. (왼쪽 첫번째 줄 부터)유철희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송호성 기아 사장 / 9번 좌로부터 기아 오토랜드 광명 유철희 전무, 기아 송호성 사장, 정의선 회장

현대차그룹의 이러한 소극적인 행보에도 근거는 있다. 업계에서 올해가 그 어느 때보다 예측 불가능성이 높은 한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올해 완성차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171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의 경우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1570만대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대비 겨우 20만대 늘어난 수준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최근 기아 오토랜드 광명 공장에서 열린 그룹 신년회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세계적으로 변화가 크기에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며 “모든 임직원이 지혜를 모아 준비를 잘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키도 했다.

또한 글로벌 경기 침체는 물론 더딘 전기차 인프라 확충, 계속되는 전기차 보조금 감소, 배터리 안정성 불신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 역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우려스러운 부분. 현재 미국 GM, 포드 등 다수의 업체들은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이유로 투자를 연기하는 등 전기차 투자 시기를 조율하고 있으나,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전기차 수요 둔화 시기를 오히려 기회 삼아 시장을 선도할 것을 선언한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들이 빠른 신차 출시 주기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전 세계적으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업체의 비(非)중국 전기차 시장 내 비중은 3.9%로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했다. 유럽 시장에서는 SAIC, 지리(Geely) 등의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10위권 내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SAIC 계열의 MG, BYD, Chery 등은 중국 업체를 견제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해 멕시코 지역에 투자를 늘리며 호시탐탐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기도 하다.

기아의 전기자동차 라인업. (왼쪽부터) 중형 SUV 'EV6', 준중형 세단 'EV4'(2024년 하반기 출시 예정), 준중형 SUV 'EV5'(2025년 국내 출시 예정), 소형 SUV 'EV3'(2024년 상반기 출시 예정), 대형 SUV 'EV9'.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기아의 전기자동차 라인업. (왼쪽부터) 중형 SUV ‘EV6’, 준중형 세단 ‘EV4′(2024년 하반기 출시 예정), 준중형 SUV ‘EV5′(2025년 국내 출시 예정), 소형 SUV ‘EV3′(2024년 상반기 출시 예정), 대형 SUV ‘EV9’.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하지만 올해와 내년에 걸쳐 보급형 전기차들이 줄줄이 출시를 대기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마냥 수비적이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판매 목표를 늘렸다는 것만으로도 현대차그룹의 자신감이 읽힌다는 의견도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올해와 내년 △경형(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소형(기아 EV3) △준중형(기아 EV4, EV5) 등 다수의 저가형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전기차 가격이 높게 형성돼있는 현재, 내연기관 급으로 가격을 낮춘 보급형 모델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것.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아의) EV(전기차) 라인업이 강화되는 측면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최근 성장세가 둔화됨과 동시에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EV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전망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올해 중으로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완공되며 북미 판매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기도 한다. 북미를 중심으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대상으로 존재감을 표출할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것.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올해는 공급자 우위에서 소비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각 시장 수요와 정책에 적합한 현지 판매·생산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 전기차 라인업 확장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임팩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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