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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을 주관하는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소속 사외이사들이 잇달아 ‘초호화 출장’ 논란에 휘말리면서 회장 선출 과정이 안갯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국민연금이 제기한 공정성 문제는 최정우 현직 회장을 후보에서 배제하면서 정면돌파했지만 이번에는 난관이 예상된다. 초호화 이사회 논란은 후추위가 핵심가치로 내걸었던 투명성과 공정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사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인선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후추위가 강행하더라도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이 최종 후보를 반대하면 3월 이후 CEO 공석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후추위는 이날 6차 회의를 열고 10여명의 내·외부 롱리스트를 확정한다. 이들은 다시 외부 인사 5명으로 구성된 CEO 후보 추천 자문단의 자문을 거쳐 5명 내외의 숏리스트로 압축된다. 숏리스트 명단은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후추위는 숏리스트 후보자들을 다시 파이널리스트로 압축한 뒤 심층 인터뷰를 거쳐 최종 후보 1인을 결정해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다만 후추위 소속 사외이사들이 최근 초호화 출장 논란으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선임 절차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게 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정우 회장을 비롯해 사내외 이사 12명 등 그룹 관계자 16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최 회장 등은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개최한 해외 이사회에서 발생한 비용 6억 8000만 원 중 일부를 자회사가 나눠 부담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일부 사외이사는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후추위는 이에 대해 외압설까지 언급하며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일각에서는 후추위 소속 인사들의 교체를 비롯한 원점 재시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캐나다 이사회에 참석했던 7명의 사외이사 전원이 경찰에 입건됐고 추가 조사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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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캐나다뿐만 아니라 2019년 베이징 이사회, 2022년 아르헨티나 출장 등에도 사외이사가 동반해 호화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또다시 추가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KT 역시 국민연금의 반대에 부딪히자 독립성 확보를 위해 CEO 인선 작업을 하는 사외이사 마저 다시 선임한 바 있다.
후추위가 인선 작업을 강행한다 해도 유력했던 사내 후보군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 이번 캐나다 이사회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잠재적 후보군인 사내이사들도 동석을 했다. 사실상 주요 사내 후보들이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사법리스크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포스코와 비슷한 소유분산기업(지분이 쪼개져있어 주인이 없는 회사)인 KT도 이른바 ‘상품권깡 쪼개기 후원’에 참여했던 후보자들이 심사 과정에서 대거 배제된 바 있다.
만약 선임 절차가 원점에서 재시작된다면 CEO 후보군 취합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포스코는 외부 공모 없이 사내 후보와 서치펌을 통한 추천을 통해 차기 회장 후보군을 취합했다. 또 후보군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KT의 전철을 밟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후추위의 호화 출장 사태를 다시 걸고 넘어진다면 원점에서 재공모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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