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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행보를 보면 이 부처의 주된 업무는 ‘과학’도 ‘정보통신’도 아닌 사실상 반도체다 .
문제는 국내 최고 반도체 전문가라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반도체를 둘러싼 핵심장비수급 이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노출됐다는 점이다. 과기정통부가 내놓는 반도체 육성전략 완성도에도 물음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이달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반도체 전략 관련 브리핑에서 이 장관은 반도체 업계의 손꼽히는 ‘빅뉴스’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한 기자가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며칠 뒤, 네덜란드 ASML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한국 업체가 아닌 미국 인텔에 우선 납품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장관은 “이 질문은 처음 들어서 (해당 이슈에 대해서는) 제가 추론을 해서 말씀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이 장관이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수행한 몇안되는 국무위원이라는 점과 손꼽히는 반도체 석학이라는 점에서 해당 이슈를 몰랐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물음표를 던진다. 무엇보다 이 장관의 “처음 듣는다”는 답변과 달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해당 이슈에 대해 명확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명료한 답변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대조를 이뤘다.
EUV 장비 수급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및 D램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실제 5나노 이하의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EUV 장비 확보가 필수다. 1대당 2000억원 수준인 EUV 장비는 현재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고 있어,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EUV 장비는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경쟁 설명 시 종종 언급되기도 한다. 실제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좌절시키기 위해 중국으로의 EUV 장비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 진출을 선언한 미국의 인텔이 ASML 장비를 대거 사들인 것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2위 파운드리 업체가 삼성전자이기 때문이다. 인텔이 EUV 장비를 기반으로 글로벌 1위 파운드리 TSMC 외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까지 빼앗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장관이 “(인텔이 ASML의 EUV 장비를 대거 구입한 것에 대한) 질문을 처음 듣는다”고 답한 것과 관련해 한숨을 내쉰다.
물론 이 장관의 반도체 기술에 대한 이해도 및 개발 역량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이 장관은 초미세 반도체 성능을 높여주는 핵심 기술 ‘핀펫(finFET)’ 개발자로 잘 알려져 있다. 2022년 6월 진행된 국무회의에서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부처 장관들에게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가치’를 주제로 강연하며 반도체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과를 별도로 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반도체 산업 진흥책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천기술을 담당하는 과기정통부가 현정부 들어 반도체 관련 행사에 자주 노출되는 모습”이라며 “과기정통부 관계자들은 반도체 업계 트렌드에 대한 스터디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정책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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