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 인수에 5천500억원 투자…지금까지 투자액 10배 넘어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제과업체로 잘 알려진 오리온[271560]이 5천500억원을 투자해 신약 개발 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바이오산업에서 오리온의 행보에 산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리온은 이미 6년 전 바이오 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간 이 분야 전체 투자액이 500억원이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그동안 투자금의 10배가 넘는 금액을 레고켐바이오[141080] 인수에 투입하면서 단번에 주목받는 존재가 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2018년 글로벌 식품·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면서 바이오 사업을 함께 3대 신사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하지만 실제 바이오산업 진출은 2020년 10월 중국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합자 계약을 체결하고서야 가시화했으며, 이후에도 중국 합작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 등을 통한 결핵백신 개발 등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제품 개발이 중심이었다.
이번에 오리온이 지분 25.73%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기로 한 레코켐바이오는 최근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항암제 개발 기업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 삼중음성유방암, 대장암 등 고형암 대상 ADC 치료제 후보물질 ‘LCB84’를 존슨앤드존슨 자회사인 얀센 바이오텍에 최대 17억 달러(2조2천400억원)에 기술이전 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존슨앤드존슨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헬스케어 투자포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레고켐바이오로부터 LCB84를 이전받은 것을 지난해 주요성과 중 하나로 발표하기도 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이 외에도 2005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13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최대 8조7천억원의 기술 이전료를 받기로 했으며, ADC 분야에서 4개의 파이프라인(개발 중 신약)이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하지만 레고켐바이오는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3천100억원의 자금을 유상증자로 마련하면서 대주주 지분이 전체의 10% 이하로 떨어져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1대, 2대 주주인 김용주 대표와 박세진 수석부사장 지분이 각각 8.58%와 1.35%였고 다른 우호 지분을 합하더라도 10%대 정도여서 취약성이 있었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계약 배경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20% 이상 지분을 갖는 최대 주주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적합한 파트너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또한 이번 인수계약이 3월 29일 이행되면 김 대표와 박 수석부사장의 지분이 각각 3.3%와 0.55%로 낮아짐에도 상당한 기간 레고켐바이오 현 경영진과 운영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동안 신약 개발 과정에서 레고켐바이오 경영진이 가진 노하우를 존중하고 오리온이 이를 지원하는 것이 양측에 모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인철 오리온 그룹 부회장은 인수 계약과 관련, “최대 주주로서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이 같은 방침을 약속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이번 계약을 통해 확보된 자금을 기반으로 매년 5개 이상 후보물질 발굴과 5년 내 최소 5개 이상 추가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글로벌 선두 ADC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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