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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한미약품, 전례 없는 그룹 통합 시너지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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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화학 기업 OCI 그룹과 제약기업 한미약품 그룹이 ‘그룹 간 통합’을 결정했다. 이는 국내 재계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사례인 만큼 이번 통합을 추진한 배경과 향후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OCI 그룹의 경우 그간 추진해 온 제약·바이오 강화했다는 점, 한미약품은 상속세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 신약 개발이라는 본업에 충실할 수 있게 됐다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한미약품 그룹 오너가의 장·차남이 이번 통합 과정에서 배제됐다며 반발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사모펀드와 손잡고 지분을 확대하는 등의 세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미약품 측은 “대주주 가족 간에 이견 있을 수 있지만 통합이라는 명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선을 그었다.

/그래픽=비즈워치.

OCI, 제약·바이오 확장…한미, 상속세 해결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와 한미약품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 결의로 현물 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한 그룹 간 통합에 합의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

지분 인수를 완료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된다.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의 경우 OCI홀딩스의 1대주주로 올라선다. 양 그룹은 이후 통합지주회사를 만들어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각자 대표 체제로 공동 경영을 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새 사명과 CI 변경도 추진할 계획이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통합에 따라 양 그룹은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통해 사업과 관리의 통합을 이뤄냄으로써 각 부문 전문성이 더욱 강화되고 신규 사업 추진에 대한 강력한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며 “양 그룹 전체 주주와 임직원 이익 보호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통합 추진의 양 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OCI그룹의 경우 그간 공들여온 제약·바이오 사업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OCI는 지난 2022년 부광약품을 인수했지만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보이는 등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통합으로 반전을 꾀할 수 있게 됐다.

한미약품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 한미약품 측은 지난 2020년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별세로 5400억원에 육박하는 상속세를 내야 했다. 이번 주식 매각 대금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OCI의 현금 창출 능력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이라는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OCI홀딩스 및 한미사이언스 증자 전후 지분율 비교. /그래픽=비즈워치.

송영숙 회장 “통합 이후에도 한미 울타리 될 것”

한국에서는 전례 없던 방식의 기업 통합인 만큼 양 그룹은 기업 내부 사내망이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계약의 배경과 향후 계획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이번 계약이 한쪽의 일방적인 기업 인수가 아닌 공동 경영을 위한 통합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은 내부 게시판에 ‘새로운 50년, 새로운 한미가 시작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송 회장은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아름다운 동반자로서 공동 경영을 통해 소재·에너지와 제약·바이오라는 전문 분야에 각각 집중하면서도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룹 간 통합 이후에도 회사가 한미 가족 여러분들 삶의 울타리가 돼 주겠다는 기존 약속은 변함없을 것이며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며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는 회사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언급도 덧붙였다.

한미그룹은 또 ‘OCI그룹과의 통합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글을 사내망에 올리기도 했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한미그룹의 수장은 현재와 동일하게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라는 점, 통합에 따른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관련 기사: [전문]한미그룹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1월 15일)

이우현 회장의 경우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계약이 제약·바이오라는 새로운 먹거리 확대를 위한 통합이라는 점, 또 한미약품 그룹과의 공동 경영 방식이라는 점 등을 강조했다. 이번 통합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신약 개발 투자 확대 기대…한미 장·차남 반발 변수도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양 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계약인 만큼 이번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앞서 OCI그룹이 부광약품을 인수한 뒤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일단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분석이 많이 나왔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OCI의 현금 창출 능력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과 OCI가 기존에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존 내수 위주의 매출에서 수출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은 기대해 볼 수 있는 효과”라고 평가했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 역시 양사의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미약품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뒤 한미 내부에서는 신약을 개발하고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대표 및 임원진들의 역할이 부족했다”며 “OCI는 누구보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제약 산업에 대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는 만큼 한미약품에 가장 중요했던 상속세 이슈가 정리되고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도 수혈됐다”고 분석했다.

/사진=OCI홀딩스 홈페이지.

다만 단기간에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양사가 마련할 사업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의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이 한미약품의 주가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없다”며 “향후 두 그룹 간의 시너지 발생을 위한 사업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한미약품 그룹 오너가의 장·차남이 이번 통합에 반발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임성기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미래전략 사장은 전날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에 대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임종윤 사장이 사모펀드와 등과 손잡고 경영권 분쟁을 벌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경영권 분쟁에 대한 기대감에 급등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우현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 14일 임종윤 사장과 한 차례 만난 데 이어 오는 23일에도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우려가 확산한 조짐이 보이자 한미그룹 측은 사내망을 통해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기도 했다. 한미그룹은 “이번 통합은 양 그룹 최고경영진이 시너지 극대화를 예상하며 면밀하게 검토해 결단했다”며 “각 지주회사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최종 의사 결정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임성기 회장 별세 후 상속세 이슈와 맞물려 지속적으로 이슈가 됐던 한미사이언스 형제간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됐다”며 “이와 관련해서 향후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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