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시티(미국)=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현대자동차·기아 차 상품성은 정말 크게 개선됐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만족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수준입니다.”
랜스맥러스(Lance McLaws)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샤시열에너지성능시험팀 책임연구원이 한 말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서 남서쪽으로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두 시간. 이어 58번 고속도로를 통해 서쪽으로 한 시간 모하비 사막을 달리면 ‘캘리포니아 시티’(California City)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이 거대한 위용을 드러낸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일원으로서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 혹독한 테스트를 직접 수행 중인 현지 기술진 두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맥러스 책임연구원은 “올해로 (모하비 주행시험장) 7년차”라며 “모래나 진흙 등 저속 오프로드 상황에서 구동력 제어, 휠슬립(wheel slip) 제어 등 전반적인 오프로드 주행성능 평가 및 튜닝을 담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튜 알 시어(Matthew R. Seare) 미국기술연구소 내구시험팀 모하비주행시험장 운영 파트장은 “주행시험장 운영 관리를 맡고 있다”며 “이곳에서 20년째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장을 처음 개소할 당시부터 여러 시설이 새로 생기고 달라지는 모든 변화를 목격할 수 있었다”며 “자동차 산업에 종사한지는 30년이 넘었고, 이전에는 다른 회사에서 R&H 성능 개발을 담당했다”고 덧붙였다.
맥러스 책임연구원은 자신이 ‘오픈 디퍼렌셜’(차동장치)이 적용된 일반 차량에서 흔히 일어나는 ‘대각 슬립’(diagonal slip) 상황에 대한 교정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맥러스 책임연구원은 “거친 오프로드 노면에서 주행 성능 검증도 하고 있다”며 “기아 텔루라이드와 같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얼마나 험난한 경사와 돌길도 오를 수 있는지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반적으로 현대차·기아 차량이 크게 개선됐다”며 “기본 트림부터 우수한 주행 성능과 패키징·디자인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고객 입장에서 정말 만족스러운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프로드 측면에서는 특정한 장애물이나 험로도 더 안정적으로 주파할 수 있도록 튜닝하고 운전자의 안전성을 강화한 여러 사례가 있다”며 “이곳 미국기술연구소에서는 디자인과 규제 등 수많은 측면을 고려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튜닝을 가리지 않고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서 일하는 것에 대한 소감도 전했다. 시어 파트장은 “모하비 사막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지만 어려움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극심한 모래 폭풍이 일어서 항상 흙먼지가 날리고, 시험장을 처음 개소할 때는 이 땅에 원래 살고 있던 멸종위기종인 사막거북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기도 했다”고 했다.
시어 파트장은 “이처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우리 차량의 미래를 위한 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며 “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20년 전만 해도 필요하지 않던 테스트를 계속해서 새로 도입하고 있다. 사막 환경에 맞춰 다양한 시험로와 연구 시설을 짓고 또 관리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라고 전했다.
맥러스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테스트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며 “주행 거리 개선이 우선 중요한 과제고 휠슬립이 일어나기 쉬워서 이에 대한시험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확실히 전기차는 과거 내연기관차와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인다”며 그에 맞춘 교정을 필요로 한다. 예전에는 더 많은 출력과 토크를 내기 위한 방법을 주로 연구했다면 전기차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토크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시어 파트장은 20년간 현대차·기아가 이뤄낸 모든 성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는 점이 모하비 주행 시험장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고 꼽았다. 그는 “실제 차량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며 “자동차를 정말 사랑하고, 차량에 가장 작은 변화라도 만들기 위해 온 열정을 쏟으며 이곳 사막에까지 직접 나오는 그 연구원들”이라고 칭찬했다.
맥러스 책임연구원은 “이곳 시험장에서 테스트를 마친 차량이 결국 고객들에게 전달된다는 점이 뿌듯하다”며 “언젠가 고객들이 튜닝한 기능으로 인해 보다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하면 정말 보람차다”고 전했다.
시어 파트장은 현대차·기아 위상이 미국에서 크게 달라졌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주변에도 현대차·기아가 그간 이룬 발전에 놀랐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며 “결국 우리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이룬 성과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 현대차·기아는 자동차 산업의 패스트 팔로워라 불렸고, 이곳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솔직히 그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팔로워가 아닌 마켓 리더로서 자리매김했다”고 판단했다.
맥러그 책임연구원 역시 “과거 현대차·기아가 어땠고 지금 얼마나 달라졌는지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다”며 “일상 속에서 어쩌다 경쟁사 차량을 운전하다보면 분명 우리 차량이 더 낫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고, 우리 차량을 타보면 실제로 더 낫다는 걸 알게된다.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짚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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