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늘봄학교 전면확대…“제대로 준비할 시간, 공간, 인력 없어”
올 2학기 학부모들의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해 초등학교에서 자녀를 돌봐주는 ‘늘봄학교’ 전면 시행을 앞두고 현장 교사들이 업무 부담이 증폭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구체적 계획 없이 늘봄학교가 추진될 경우 표준화되기 어려운 돌봄의 특성상 지역별로 돌봄의 질이 차이 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늘봄학교 운영 계획 발표 이후 300여 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다. 올해 1학기부터는 전국 2000개교로 시범사업을 확대한 후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시행한다. 늘봄학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최대 13시간 학교에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현장 교사들은 지금과 같이 졸속으로 늘봄학교 정책이 시행될 경우 현장 교사들의 업무가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기자회견을 열고 “늘봄학교는 교육부 차원의 계획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제대로 준비할 시간도, 공간도, 인력도 확보하지 못 한 채, 현장 교사들은 늘봄학교 업무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재 전국 각지 초등학교에서는 교사 업무 분장표에 늘봄 업무를 새로 추가하고, 늘봄 부장 보직을 신설하는 등 교사 업무로 늘봄을 편성하려는 조짐이 보인다”며 “심지어 일부 학교는 이미 방과후 담당 교사에게 늘봄 업무를 떠맡기듯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양질의 돌봄을 위해서는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늘봄학교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돌봄은 다른 교육활동처럼 표준화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형민 전교조 대변인은 “돌봄은 지역사회 여건이나 준비 정도, 지자체의 자향 목표 등에 따라 그 수준이 매우 다양할 수 있다. 학교가 도심에 있는지, 규모가 큰지 작은지 등 여건에 따라서도 다 다르다”며 “교육부가 아무 준비 없이 각 학교에 (책임을) 내려보내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을 통해 각 지역사회와의 협력구조를 어떻게 갖추고 있는지, 여건은 어떤지 등을 먼저 챙기는 게 필요하다”며 “지자체도 중앙정부에서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예산이나 인력 투입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도 늘봄학교가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증폭시킨다며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당초 늘봄학교 관련 교원의 업무를 가중시키지 않겠다던 교육부 약속과는 달리,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점 운영체제, 전문 인력, 전용 공간이 부재하다”며 “정규 교육과정의 공간과 인력이 침해 받지 않고 제대로 된 늘봄학교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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