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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정치논리에 멍드는 전기요금…한동훈에 좌지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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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6차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준비하며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비대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정부,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에너지 복지 포퓰리즘에 나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에 적자로 허덕이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경영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취약계층 365만가구에 대한 전기요금 인상을 1년 더 유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가구당 월 최대 6604원의 전기요금을 할인받는다. 우선 장애인, 상이·독립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3자녀 이상 가구 등 취약계층 약 365만가구에 대해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 시 1년간 유예했던 인상분의 적용을 1년 더 유예한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적용되는 겨울철 에너지바우처, 등유바우처, 연탄쿠폰 등의 단가도 상향해 지원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전체를 대상으로는 오는 3월까지 최대 59만 2000원의 가스·열 요금 할인이 진행된다.

이번 조치는 정부와 여당의 ‘설 민생안정대책’ 일환이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민생 대책을 확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전기요금을 올리면서 취약계층에는 1년간 인상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는데, 이날 조치로 올해 5월부터 시행하려던 인상 조치도 당분간 유예하게 됐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복지를 하려면 정부 재정으로 해야지 적자가 심각한 공기업인 한전과 가스공사에 또다시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은 급할 때 이 같은 조치를 하고 나중에는 공기업의 방만경영이라고 때린다. 선심을 쓰고 이에 따른 책임과 비난은 산업부 산하 한전·가스공사 사장에 돌리는 무책임한 행태다. 기획재정부는 좋아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전력공기업 관계자는 “정치권이 자기모순적인 게 지지난해 연말에 가스공사와 한전 채권한도 상향안을 통과시킬 때는 가격을 정상화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지난해 초 난방비 폭탄 논란이 번지니 요금인상을 막고 지원금을 줬다”며 “이번에도 총선을 앞두고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관성도 없고 책임감도 없어 보인다. 접근 방식이 틀렸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지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뜬구름 잡는 추상적 언어보다 결과를 내서 우리가 어떤 정책을 했을 때 국민께서, 동료 시민께서 그 차이를 즉각 느끼게 해드리고 그 내용을 잘 설명해 홍보하자”며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함께 한 호흡으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관섭 실장도 “정부는 당이 전하는 민심을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당이 앞에서 이끌고, 정부가 이를 실효적 대책으로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했다.

한 위원장은 또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노인정에서 난방비 안 쓴 게 있으면 법상 (정부가) 돌려 받아야 하는 게 맞기는 하다”면서도 “그게 얼마나 된다고 어르신들로부터 우리가 되받아야 하겠느냐. 기본 재정 원칙에서 예외를 인정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어르신들 조금 잘해드린 것을 뭐라 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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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난방비 폭탄 논란이 불거지자 여야 모두 지원금 정책을 쏟아냈다.

선심정 정책이 계속되자 여당 내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현금성 포퓰리즘 정책을 편다고 비판했는데, 지금 여당의 행보를 보면 큰 차이가 없다”며 “균형재정 등을 강조하더니 원칙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래선 민심이 반응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원금의 경우 재원은 결국 추경을 통해서 해야 하는데 ‘조삼모사(朝三暮四)’”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요금으로 안 낸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다 세금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추경이 누가 기부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납세자들이 낸 세금으로 편성하는 건데 마치 자신들이 선심 쓰는 것처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사회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특히 음식점들에 재난지원금 성격의 지원을 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치권에서 국민들에게 지금 상황이 국제적 위기라는 점을 분명히 알리면서 가격 정상화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지금 에너지 위기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도 아니고 이번에 지원금으로 넘긴다고 해도 당장 올해 여름, 내년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매년 그때그때마다 재정 지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뭐라도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이니까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재정도 부족하다. 과거에도 논란이 일면 이런 식으로 대처하다 보니 계속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과제에도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에너지시장을 조성한다고 했는데 총선을 앞두다 보니 외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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