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로스만스가 새해 초부터 액상형 전자담배 신제품을 출시했다. BAT로스만스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KT&G와 필립모리스에 밀린 상황이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에서 궐련형 못지않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로 눈을 돌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액상의 시대는 갔다
한때 액상형 전자담배는 전자담배의 기준이었다. 일반 담배보다 냄새가 덜 나고 몸에 덜 해롭다는 인식에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성장을 거듭했다. 2016년 900억원대였던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2019년엔 1900억원대로 성장했다.
하지만 액상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서 시장은 반토막이 났다. 당시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중증 폐 손상 사례가 잇따르자 보건복지부가 두 차례에 걸쳐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권고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편의점 등 주요 담배 판매 채널들도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KT&G가 액상형 전자담배인 릴 베이퍼를 판매 중단했다. 시장 선도 업체였던 미국의 쥴랩스 역시 철수를 결정하는 등 주요 담배 대기업들이 모두 손을 뗐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국내 시장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담배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2019년 10.5%로 10%선을 처음 넘어섰다. 지난해 상반기엔 16.5%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KT&G와 필립모리스 등 대형 담배 업체들도 궐련형 전자담배에 집중하고 있다.
호랑이 없는 산
BAT가 국내 시장에 연이어 액상형 전자담배 신제품을 내놓는 것도 국내 시장의 ‘궐련 편중’ 현상을 역으로 노리기 위해서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이 10% 남짓인 BAT가 40%대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KT&G와 필립모리스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땅한 리딩 업체가 없는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상황에 따라 단숨에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 국내에서 BAT의 궐련,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이 낮은 만큼 카니발라이제이션(잠식 효과) 우려도 적다.
시장 잠재력도 높다. 국내에서는 여러 이유 때문에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이 쇠퇴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궐련형 못지 않은 인기 유지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약 30조원 수준이다. 전체 전자담배 시장 70조원의 40% 가까운 규모다. 국내 시장 역시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 BAT는 강자다. 이번에 BAT가 한국에 출시한 ‘뷰즈고 800’은 미국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46%를 차지하고 있는 1위 브랜드다. 메이저 시장에서 검증을 받았다는 의미다. BAT는 지난해 7월 수도권에 선보인 뷰즈고 800을 올해부터는 전국 판매에 들어간다.
K-소비자의 마음
다만 업계에서는 BAT의 ‘액상’ 공략이 눈에 띄는 반등을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국내 전자담배 시장이 궐련형 중심으로 재편된 지 오래인 데다, 보급률도 높기 때문이다.
담배는 한 번 정착하면 쉽게 브랜드를 바꾸지 않는, 충성도가 높은 제품군이다. 전자담배 시장이 형성되던 시기, 주요 기업들이 기기 보급을 위해 할인 행사를 이어갔던 이유다.
정부와 소비자들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도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019년 논란 이후 ‘액상형 전자담배는 유해하다’는 인식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BAT가 비연소 포트폴리오에서 액상형, 궐련형, 니코틴파우치 등 멀티 카테고리 전략을 취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규제 이슈가 있는 니코틴 파우치를 제외한 액상형과 궐련형을 모두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확대보다는 현재 시장 수요를 흡수하는 데 방점이 찍힌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