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중심서 수출에 방점 찍은 K-방산
수은법에 폴란드 추가 수출 계약 난항
여야 정쟁에 수은법 개정안 입법 계류
수은법 개정안, 1~2월 안에 통과해야
최근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이런 도발을 할 때마다 망각했던 사실이 떠오른다. 우리나라는 전쟁 중이다. 1950년 6월25일 한국 전쟁이 발발한 후 70여 년 간 휴전을 하고 있지만 언제든 다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반 시민이 아직 전시 중이란 사실을 잊고 살아갈 만큼 안온한 일상을 살아갈 때 항상 의식하고 긴장해 온 것은 국내 방산 업체들(K-방산)이다. 그들은 지속적으로 무기를 연구·개발하면서 전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방력이 최우선시 돼야 했기에 그간 K-방산은 내수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다 보니 ‘국가’라는 안정적인 판매처는 확보한 셈이지만 그 성장의 한계는 명확했다.
그러던 중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말처럼 2022년 국내를 넘어 성장할 기회가 찾아왔다. 폴란드는 인근국인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의 전쟁이 발생하자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무기들을 사들였다. 주변 유럽 국가들은 바로 가동할 수 있는 공장이 별로 없지만, 계속 전쟁에 대비해오던 K-방산은 즉시 납품이 가능했기에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이를 기점으로 K-방산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수출에 방점을 찍었다. 그 결과, 지난해 수출 대상국을 기존 4개국에서 12개국으로 늘고 지난해 2년 연속 세계 방산 수출국 톱10에 드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수출 증대에 있어 폴란드는 전체 방산 수출액 중 약 70%를 차지하고 다른 유럽 국가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돼 중요한 시장이다.
하지만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칠 위기다. 근시안적인 국회의원들로 폴란드와의 계약에 제동이 걸렸다.
폴란드는 2022년 한국한공우주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과 계약을 1, 2차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계약은 한국이 폴란드에 한국산 무기 구매를 위한 대출을 해주고 폴란드는 앞으로 갚아가는 방식으로 했다.
1차 계약은 무사히 마무리됐지만, 2차 계약은 지난해부터 한국수출입은행(수은)법에 따라 추가 금융 지원이 안 돼 멈춰있는 상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는 각각 대출 한도를 높일 수 있도록 수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발의만 된 채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정안 입법 작업은 총선을 앞두고 ‘쌍특검법’ 등 여야 정쟁 때문에 뒷전으로 밀렸다. 만약 계약이 불발 된다면 폴란드와의 신뢰가 깨지는 것은 문제는 물론, 계약을 다른 경쟁국에 빼앗길 수 있다. 단순 이번 계약만이 아니라 후속 유지, 보수, 정비나 추가 계약 기회까지 날리는 것이다.
여야 모두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음에도 총선에 이기기 위한 내부 전쟁 때문에 ‘팀킬’을 하고 있다. 외부의 적만을 경계해왔던 K-방산으로서는 예기치 못한 내부에서의 공격에 발이 묶일 상황이다.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기업으로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
아예 기회가 물 건너간 것은 아니지만, 시간은 많지 않다. 오는 4월 있을 총선을 고려하면 3월부터 6월까지 선거운동과 교체된 의원들로 입법 활동은 공백이 될 가능성이 크다. 2월까지가 골든타임인 셈이다.
국회의원들은 내부적으로는 편을 나눠 티격태격하는 ‘정치인’이더라도 국익이 걸린 일이라면 하나로 뭉쳐 ‘국민의 대표’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이 그 때다.
2016년 개봉한 스릴러 영화 ‘곡성’에서 한 아이가 급박한 상황에 엉뚱한 곳에 시선을 빼앗긴 아버지에게 지른 고함을 국회에 들려주고 싶다.
“뭣이 중헌디! 도대체가 뭣이 중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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