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일부 기관 투자자들에게 재차 주식 매도 금지령을 내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연초 매도 금지령을 일부 완화했으나, 이후 중국증시가 부진의 늪에 빠지자 다시 주식 매도 금지령 카드를 꺼내든 모습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증권당국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작년 10월부터 일부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창구 지도’를 실시해서, 특정 날짜에 주식을 순매도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했다. 이러한 조치에 힘입어 중국 대형주 벤치마크지수인 CSI300은 지난 달 마지막 주간에는 3% 가량 오르는 성과가 있었다고 트레이더들은 말했다.
하지만 증시의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 요구가 높아지자 연초 증감회는 일부 중소형 뮤추얼 펀드 및 증권사들에 대한 매도 금지령을 일부 완화했다고 FT는 전했다. 매도 금지령이 완화되기가 무섭게 증시는 곧바로 아래로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달 들어 CSI300은 벌써 4% 가량 빠진 상태이다.
이에 증감회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다시 주식 매도령을 내렸다고 중국 내 금융기관 3곳의 트레이더 및 펀드 매니저들이 전했다. 중국에서 증권사들은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브로커 역할뿐 아니라 자기 자산을 통해 거래하는 자기계정(프랍) 트레이딩을 통해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증감회로부터 자사의 프랍 거래 부문이 증권을 순매도하지 말라는 지시를 전달받았다는 상하이 소재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러한 류의 창구 지도는 주식 매도 압력을 지연시킨다”며 “하지만 영원히 지연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수익률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 심리”라고 덧붙였다.
지난 한 해 중국 대표지수인 CSI300이 19% 가량이나 하락한 가운데 중국 증권당국은 당 지도부로부터 증시 부양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다. 이에 당국은 증권사들의 거래 수수료 인하 및 후이진공사 등 국부펀드의 은행주 매입과 같은 방안을 시도했지만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이끌어 내는데 실패한 모습이다.
따라서 증감회와 상하이, 선전증권거래소는 다시 ‘창구 지도’ 카드를 꺼내 기관 투자자들에게 매도 금지령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증감회가 기관 투자자들에게 부과한 주식 매도령의 강도는 운용 자산 규모가 클수록 더욱 강했다고 FT는 보도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강제적인 매도 금지령을 통한 증시 부양은 한계가 있다고 시장 참여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씨티그룹의 아시아 트레이딩 전략 책임자인 모하메드 아파바이는 “이런 형식의 개입이 증시에서 실제적으로 효과를 발휘했다는 기록이 별로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물론 매도 압력을 일부 완화시킬 수는 있을지 몰라도, 현재 중국증시에 무엇보다 펀더멘털과 민영 기업들을 향한 (중국 정부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중국증시는 중국 경기 부진과 부동산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CSI300은 3300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2019년 2월 이후 근 5년래 저점 근처에서 머무르고 있다.
한편 최근 중국 당국의 증시 개입 방식은 소위 ‘국가대표’로 불리는 국부펀드 등을 동원해 대규모로 주식을 매입했던 예전의 방식과는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트레이더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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