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첫 부동산 대책이 10일 베일을 벗었다. 새해 업무보고 형식을 빌렸지만, 침체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규모 대책이 줄줄이 쏟아졌다.
어느 하나 빠트릴 것이 없었다. 30년 넘은 아파트의 안전진단 절차를 후 순위로 미루고, 사실상 폐지에 준하는 제도 개선을 공언했다. 무엇보다 비(非)아파트와 지방 미분양 주택 매매 시 주택 수 산정 때 제외해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안을 내놨다. 앞서 윤석열 정부에서 대규모 신규 택지와 공공주택 공급 등 공급 측면을 건드는 부동산 대책은 나왔지만, 이번처럼 수요를 건드는 대책은 올해 들어서야 처음 등장했다.
건설업계는 실무자 출신 국토부 장관에 거는 기대가 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기술자가 제대로 왔다”며 “국토정책 실무자 출신인 박 장관이 처음으로 수요 측면을 건드는 정책을 내놨는데 조금 부족하지만, 업계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돼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기도 적절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다른 건설사에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이 막 번지려는 시점에 수요 불씨를 되살릴 정책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여기에 박 장관은 앞으로 추가 부동산 규제 완화까지 시사한 만큼 건설 경기 회복에 도움될 정책은 연내 추가로 시행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다만, 박상우 장관표 정책이 넘어야 할 봉우리도 많다. 당장, 이번 대책을 기점으로 ‘언제든 집값 폭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우려가 커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비아파트 세제 감면이 시작되고 2019년 세종시부터 오피스텔과 아파트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며 “집값이 연착륙 중인데 또 폭등의 불씨를 만든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여기에 박 장관은 오는 4월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이 나오자 ‘총선용 정책’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시선도 뛰어넘어야 한다.
그야말로 정책 ‘외줄타기’가 시작됐다. 이번 1·10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박상우 장관의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과 건설 경기 회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균형감을 잃고 어느 한쪽으로 조금만 기울면 추락할 상황이다. 박 장관과 국토부의 면도날 같은 정책 집행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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