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와 여당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향한 세제 혜택, 전기료 인상 유예 등 민생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해까지 건전재정의 기조 아래 허리띠를 졸라맸으나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면서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새해 들어 민생 정책이라는 명분 아래 비용 부담이 막대한 정책들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당정은 전날 올해 첫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설 민생 안정 대책으로 국민이 단기간에 체감할 수 있는 사업들 위주로 구성된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약 40만 명에게 대출금 1억 원 한도로 대출이자 5%를 넘어선 이자 금액을 최대 150만 원 줄여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등 취약계층 365만 가구의 전기료 인상을 추가 유예하는 정책도 넣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전기요금을 5.3% 인상하면서 취약계층의 부담을 감안해 인상 적용을 1년 유예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이를 한 차례 더 연장해줄 것을 요청하자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취약계층의 전기요금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고 정부는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지난 4일 ‘2024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상반기 중앙’지방공공요금의 동결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물가안정 기여도를 반영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공공요금 동결의 취지를 놓고 물가가 3%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고물가 상황이 예상됨에 따라 물가 상승을 막아 서민들의 경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2024년 경제정책방향 상세브리핑’에서 “상반기 동결이란 것은 물가안정 기조가 2%대로 안착하기 위해 상반기까지는 공공부문이 허리를 조금 더 졸라매야겠단 차원”이라며 “총선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총선 전까지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을 동결하기로 한 결정이 재정적으로 한계에 이른 한국전력(한전)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전의 2023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6월 말 기준으로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4천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조를 넘겼다. 한전이 하루에 내야 하는 이자만 약 70억 원이며 재무건정성을 상징하는 지표인 부채 비율은 570%에 이른다.
당정은 1월3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회에서도 영세 소상공인 126만 명을 대상으로 1인당 20만 원씩 모두 2520억 원 규모의 전기료 감면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민생토론회를 통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재개발’재건출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정부는 지역경제 활력 제고와 건설투자 확대를 위해 올해 대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공사의 착공 및 발주도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와 건설경기 부진으로 인한 내수 악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4년 국토교통부의 예산은 지난해보다 5조 원 가량 늘어난 60조9439억 원인데 이 가운데 SOC 예산은 25조 원에서 1조4천억 원 확대된 26조4천억 원이었다. 정부가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SOC 예산의 65%를 올해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민생정책 발표를 ‘여당 프리미엄’으로 여기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충북 청주 장애인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아무리 다수당이라고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은 약속에 불과하다”며 “우리의 정책은 현금이고 민주당 정책은 약속 어음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역대 최대인 59조 원의 세수 결손과 잇따른 감세 정책 속에서도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우며 더불어민주당의 추가경정예산 요구를 일축해왔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지난해 매우 강력한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했다가 민생 정책을 잇달아 내놓자 총선을 앞두자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12일 CPBC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나와 “서민들이 지금 물가 때문에 걱정하고 있으며 대출금 갚는 데 정말 목숨 걸고 하고 있다”며 “그들을 위한 정책을 내기보다는 또는 민생안정이나 물가안전대책을 내는 것보다 특정계층, 특정지지층들만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낸다고 하는 것은 총선용 정책으로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14일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그동안에 민생 챙기는 거 제대로 안 하더니 총선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이 갑자기 민생 토론회 한다고 3월까지 매주 두세 번씩 지방 순회를 하면서 토론회를 연다는 거 아니냐”며 “쏟아내는 정책들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게 과연 실현 가능한 거냐’ 이런 질문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정책들을 달콤하게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 역시 국민의힘과 정부가 추진하는 민생 법안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성급히 내놓은 1회용 선심성 대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4일 논평을 통해 “출범 이후 줄곧 고물가와 경체침체에 가계부담 가중으로 서민들의 허리를 휘게 한 윤석열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보여주기식 선심대책을 내놓고 있으니 정말 무책임하다”며 “정부여당은 1회용 선심성 대책이 아니라 서민 경제와 민생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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