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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던 ‘해외부동산 투자’ 무더기 손실 우려[2024구조조정의 시간/탐욕의 역습]②-1

이투데이 조회수  

금융권별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선진국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새해부터 경고에 나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다. 지난해 말 기업가치 61조 원 규모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위워크’의 파산으로 불거진 해외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의 오피스 공실률이 관련 자료 집계 시작 44년만에 최대치로 치솟았다. 공실률 19.6%로 오피스 5곳 중 1곳이 비었다. 오피스 공급 과잉과 코로나19 펜데믹에 따른 수요 감소가 맞물린 결과다.

해외에 대체투자한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부동산 규모는 55조8000억 원. 이 중 올해 펀드 만기가 찾아오는 규모는 20%인 11조 6000억 원에 달한다. 해외부동산 리스크에 투자에 나선 국내 금융사들과 투자금 약 1조 원 가량이 묶인 국내 개인 투자자 2만7000여명이 손실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10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설정액은 2조7687억 원으로 최근 1년 사이 10.3%(3183억 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부동산 공모펀드(57개)의 평균 수익률은 최근 1년간 11.39%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 근무가 늘면서 오피스 임대 수요가 급감, 해외 상업용 오피스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 여파다.

특히 공모펀드의 투자가 집중된 미국과 유럽 상업용 오피스의 공실률이 역대급으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유럽 역세권 건물가격은 25% 이상 내렸고, 유럽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60% 줄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전역의 오피스 공실률은 19.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 최고치인 1991년 19.3%를 넘어섰다.

해외부동산 펀드의 수익률도 급감하고 있다. 독일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는 빌딩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최근 1년 사이 수익률이 82% 가량 하락했다. 이지스 측은 대주와 지난해 11월 말까지였던 펀드 만기를 다음 달 말까지 3개월 연장하는 유보계약을 체결, 기한이익 상실(EOD)을 면하고 자산 매각에 나선 상태다.

올해 만기인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는 1년새 52.0% 하락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자산을 매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리얼에셋의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파생형)’도 33.9% 하락했다. ‘한국투자뉴욕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1’은 29.78% 하락했다. 현대유퍼스트부동산투자신탁30[파생형]종류A(-19.8%), 현대유퍼스트부동산투자신탁30[파생형]종류C-i(-19.4%) 등도 1년새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지역별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올해부터 만기가 시작되는 펀드 물량이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1조 6000억 원(공모·사모 합계)에 달하는 만큼 손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해외부동산 투자에 나선 금융사들과 개인 투자자들은 근심에 빠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B·하나·신한·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총 18조5000억 원 규모다. KB금융 5조9000억 원, 하나금융 4조6000억 원, 신한금융 4조 원, 우리금융 4조 원 등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개인 투자자에 판매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는 총 2만7187명, 1조478억 원 규모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부동산 리스크를 대비해 충당금을 쌓는 한편, 대거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7곳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산은 총 7414억 원으로 직전 3분기(1조1812억원) 대비 37.2% 줄었다. KB증권은 부동산 IB 부서를 4본부에서 3본부로 줄였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IB 3개 부서를 IB본부로 통합했고, 미래에셋증권은 부동산사업부를 7개 본부에서 4개 본부로 통폐합했다.

금융당국은 금융투자협회와 ‘대체투자펀드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개정안을 내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부동산PF와 달리 해외부동산 영역은 대응이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국내 한 증권사 부동산 IB 관계자는 “국내에선 대형 건설사의 경우 채무보증이 공시로 나오고 국내 시행사 등을 통해 크로스체크가 가능하나 해외건의 경우 어렵다”며 “현업에서 제출한 자료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보니 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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