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등 주력 제품 판매 부진에 서비스 부문도 리스크 감지
삼성·LG 부품사들은 모빌리티·반도체 등서 자체 생존력 확대
애플이 아이폰 등 주력 제품 판매 부진에 앱스토어 등 서비스 수익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등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불똥이 국내 전자부품업체들로 튈지 관심이다.
삼성·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LG이노텍 등은 애플에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반도체 패키지 기판 등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이들은 애플과의 협력 관계는 지속하면서도, 가급적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내달 1일 2024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모바일업계 안팎에서는 주력 제품인 아이폰15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1분기에도 매출이 떨어지게 되면 애플은 5분기 연속 매출 감소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전망이다.
실제 애플 최대 협력사로, 아이폰을 조립하는 대만 폭스콘의 작년 4분기(10~12월) 매출은 595억 달러(78조2615억원)로, 전년 동기와 견줘 5.4% 줄었다. 12월에만 27% 줄어든 148억4000만 달러에 그쳤다. 아이폰은 애플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 수요 약세가 뼈아프다. 투자은행 제프리스 분석가들은 올해 첫째주 중국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보다 30% 가량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중국에서 아이폰 물량이 두 자릿수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더 높은 수익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봤다.
이 같은 리스크들은 최근 점유율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카운터리서치는 지난해 애플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71%로 전년 동기와 견줘 4%p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 갤럭시와 중국 화웨이는 이 기간 각각 1%p, 2%p 늘었는데 화웨이의 경우 ‘메이트 60’ 시리즈가, 삼성은 S23 시리즈와 폴더블 시리즈가 인기를 끈 영향으로 보인다.
노트북, PC 등도 녹록치 않다. 가트너에 자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애플 PC 출하량(630만4만9000대)은 7.2%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나, 연간 전체(2187만7000대)로 보면 18.4%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가트너의 디렉터 애널리스트인 미카코 키타가와는 “올해 부품 가격 인상이 예상되며 지정학적 및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품 뿐 아니라 그간 애플의 성장세를 이끌던 서비스 부문에서도 리스크가 감지된다. 최근 구글이 애플 기기에 기본 검색엔진으로 적용하는 대가로 검색 광고 수익의 36%를 애플에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 대표적이다.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 중인 구글이 불리한 판결을 받을 경우, 애플에도 타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앱스토어를 비롯한 애플 서비스 사업 부문은 전체 매출의 25% 가량이다.
법적 분쟁도 얽혀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애플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전망이다. 애플워치 외에 다른 브랜드의 스마트 워치는 아이폰에 사용하기 힘들고, 문자서비스 아이메시지가 아이폰 외 다른 휴대전화 사용자들을 배제한다는 점이 불공정행위인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모바일·IT 기기 등에서 ‘철옹성’과도 같았던 애플은 아이폰 판매 부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하락, 법적 분쟁 등 이슈에 휘말리며 그간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제대로 된 반등 계기 마련 없이는 올해가 순탄하기만은 힘들다.
전작을 뛰어넘을 아이폰16 출시와 더불어, 내달 2일 출시를 앞둔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 및 AI(인공지능) 사업 등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전프로나 AI 사업 등은 단기간 내 애플 실적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운 만큼 고심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속되는 애플 리스크…삼성·LG 전자 부품사 해법은?
애플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불거지면서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로서도 걱정이 커지는 것은 매한가지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 등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4분기 애플향 공급이 늘어나면서 흑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LG이노텍도 카메라 모듈 대부분을 애플에 공급하고 있다. 애플에 대한 LG이노텍의 의존도는 70%대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삼성전기는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 등에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반도체 패키지 기판(FCBGA) 등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XR 기기에도 FCBGA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비중이 모두 절대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에 국내 기업 부품이 탑재되는 만큼 애플 리스크는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들은 애플과의 관계는 지속하되, 전체 사업에서는 애플 비중을 줄여가도록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최근 열린 CES 무대에서 신사업 프로젝트로 ▲실리콘 캐패시터 ▲글라스(Glass)기판 ▲전장 카메라용 하이브리드 렌즈 ▲소형 전고체 전지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EC)를 소개했다. 각각 반도체, 모빌리티, 에너지 산업을 정조준한 것으로 불황에 흔들리지 않는 사업 체질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LG이노텍도 CES에서 ‘센싱·통신·조명’ 솔루션으로 요약되는 제품을 전시관에 선보이며 미래 모빌리티 부품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문혁수 CEO는 “미래 모빌리티 부품 분야 선도 기업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올해 사업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아이 엠 파인 큐'(I AM Fine Q!)를 강조하며 8.6세대 투자, 전장, 폴더블, QD-OLED를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는 1조3600억원 유상증자 등 실시로 IT·모바일· 차량용 등 중소형 OLED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형에서는 삼성전자향 패널 공급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