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주를 불과 2~3개월 앞둔 서울 신규 분양 단지들이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진행에도 불구하고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 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고금리 장기화·분양가 상승 기조에 수요 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서울에서 악성 미분양 단지가 속출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국 악성 미분양 물량 증가도 가팔라질 전망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오는 3월 입주 예정인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지난 11일 158가구에 대한 2회차 무순위 청약 공고를 냈다.
이 단지는 지난해 9월 5일 401가구에 대한 1순위 청약에서 5626개의 통장을 받아 평균 14.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용면적 84㎡형 기준 분양가가 14억원에 달하면서 계약률은 저조했다. 계약자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지면서 지난달 26일 청약홈에 197가구에 대한 1차 무순위 청약 공고를 냈지만 291명만 신청하면서 39가구를 털어내는 데 그쳤다.
단지는 같은 해 10월 청약홈을 통한 무순위 청약이 아닌 견본주택에서 선착순 동호수 지정계약을 진행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낮은 계약률을 숨기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현행법상 비규제 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는 청약홈이 아닌 자체 사이트 등에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수 있고 계약률 공개 의무도 없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서울 신규 분양단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4월 집들이를 시작하는 구로구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와 강동구 ‘강동 중앙하이츠 시티’도 지난 9일 각각 8회차, 5회차 무순위 청약 공고를 올렸다.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는 지난해 5월부터 16가구에 대한 계약 마감을 시도 중이지만 약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6가구만 팔았다. 강동 중앙하이츠 시티 역시 같은 해 9월부터 21가구를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약 4개월 간 불과 5가구만 소진했다.
고금리·고분양가로 주택 수요자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미계약자가 증가한 반면 접수자는 급감한 분위기다.
서울 신규 분양 단지마저 준공 시기가 다 되도록 ‘완판'(100% 분양 완료)에 실패하고 있다 보니 최근 이어지고 있는 악성 미분양 물량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악성 미분양 물량은 1만465가구로 전년 동기(7110가구) 대비 약 47% 급증했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 연구원은 “‘나홀로’ 아파트 등 소규모 주택에서 주로 나타나던 악성 미분양 위기가 브랜드 단지로 확산하는 모양새”라며 “이 같은 현상이 지속할 경우 전국 분양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