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일본이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실시한지 6개월을 지났다. 중국 등 서방 제재 대상에 오른 국가를 겨냥했으나 사실상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Global Trade Atlas)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대중국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규모는 작년 3월부터 7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한국, 대만, 미국 중 수입 규모도 가장 크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작년 7월 반도체 제조 장비 23개 품목을 수출무역관리 대상으로 지정하는 외환 및 대외무역법(외위법) 경제산업성령 개정안을 시행했다. 극자외선(EUV), 에칭 장치 등이 대상 품목에 올랐다. 로직 반도체의 경우 회로 선폭 10~14나노미터(nm) 이하 첨단 제품 제조에 필요한 장비가 포함됐다. 설계나 제조에 필요한 프로그램 등도 수출 관리 대상이다.
외위법 개정안은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으로부터 수출 제재를 받는 기업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미국의 수출 규제에 동참하는 행보인 셈이다. 한국, 미국, 대만 등 일부 국가는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포괄허가제를 적용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은 경제산업부 장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만 장비를 수입할 수 있게 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법령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규제가 첨단 공정에 국한돼 있어 허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 성숙 공정 장비와 기술에 대한 수요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익명의 일본 반도체 관련 단체 임원은 “올해 7월 법 시행 이후 규제 대상 분야의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지난 2022년 10월에 미국이 먼저 반도체 제조장치의 대중국 수출규제를 강화했고 이 시점에서 이미 일본의 첨단 반도체 제조장치의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규제 대상이 아닌 성숙 제품 제조를 위한 반도체 제조장치의 대중국 수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이것이 실수요인지, 향후 규제 강화에 대비한 수요인지, 아니면 수주 잔고를 털어낸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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