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프레리 들쥐 부부, 4주 분리해놓자 도파민 분비 크게 감소”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뇌의 보상중추를 자극해 설탕, 니코틴, 코카인 같은 물질에 대한 욕망은 물론 다른 사람과의 유대감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사랑을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 조이 도널드슨 교수팀은 13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일부일처제 포유류인 프레리 들쥐 실험에서 도파민이 파트너와의 유대감 형성과 유지에 중요한 역활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프레리 들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한 파트너와 오랫동안 짝을 이루고, 집을 공유하며, 새끼를 함께 키우고, 파트너를 잃으면 슬픔과 비슷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프레리 들쥐를 대상으로 파트너를 만날 때와 낯선 들쥐를 만날 때 뇌의 도파민 분비 및 뇌세포 활성 차이 등을 조사했다. 또 파트너와 오랫동안 분리돼 있다가 다시 만났을 때 도파민 분비와 뇌세포 활동도 측정했다.
실험에서는 프레리 들쥐가 파트너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초소형 광섬유 센서로 실시간 측정했다. 한 시나리오에서 들쥐는 손잡이를 밀어야 칸막이가 열리면서 파트너를 만날 수 있고,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울타리를 넘어야 파트너를 만날 수 있다.
도널드슨 교수는 “이 연구에서 파트너와 만날 때 뇌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파트너와 유대가 끊어졌을 때 신경 화학적으로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자 했다”고 말했다.
초소형 광섬유 센서는 프레리 들쥐가 파트너 또는 낯선 들쥐에게 갈 때 보상중추인 측좌핵(nucleus accumbens)의 활동을 밀리초 단위로 추적했다. 측좌핵은 사람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을 때 활성화되는 곳이기도 하다.
실험 결과 들쥐가 손잡이를 밀거나 울타리를 넘어 파트너를 만날 때는 도파민이 다량 분비되면서 측좌핵이 강하게 활성화됐으며, 서로 접촉하고 냄새를 맡는 등 상호작용을 하는 동안, 이 상태가 유지됐다.
그러나 칸막이나 울타리 반대편에 모르는 낯선 쥐가 있을 때는 도파민이 거의 분비되지 않았고 측좌핵도 활성화되지 않았다.
논문 제1 저자인 앤 피어스 박사는 “이는 도파민이 파트너를 찾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데 중요할 뿐 아니라 낯선 사람보다 파트너와 함께 있을 때 도파민이 뇌 보상중추에서 더 많이 분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트너 들쥐를 4주간 떨어져 있게 한 다음 만나게 한 두 번째 실험에서는 들쥐가 서로 기억은 했지만 뇌에서 도파민은 거의 분비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4주는 야생 프레리 들쥐로 보면 다른 짝을 찾을 수 있는 만큼 긴 시간으로 두뇌로만 보면 서로 낯선 사이가 된 상태라며 뇌가 새로운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게 리셋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뇌가 끝없는 짝사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고유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고통스러운 이별을 겪었거나 배우자를 잃은 사람에게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슨 교수는 “들쥐 연구 결과가 사람에게 얼마나 잘 적용되는지 확인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이 연구가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출처 : Current Biology, Zoe R. Donaldson et al., ‘Nucleus accumbens dopamine release reflects the selective nature of pair bonds’,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3)01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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