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첫날 거래량 46억 달러 넘겨
거래량 절반은 GBTC…높은 수수료에 ‘갈아타기’ 분석
BTC, ETF 거래 개시에 급등락…ETF보단 ‘눈치 싸움’ 영향
순 유입 10~15억 달러 추정…“장기 호재로 접근해야”
가상자산 업계 ‘게임 체인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 후 첫날 거래에서 46억 달러가 넘는 거래량을 기록했다. 업계는 충분히 큰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비트코인 현물 ETF가 장기 호재인 만큼, 아직 성패를 판단하긴 섣부르다는 분석도 나왔다.
12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는 출시 첫날 46억 달러(한화 약 6조)가 넘는 거래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는 시장정보업체 LSEG(런던증권거래소) 데이터를 인용해 “비트코인 현물 ETF는 가상자산 시장의 분수령이 됐다”면서 “가상자산이 투자자산으로서 대중화될 수 있을지를 시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ETF 전문 애널리스트인 에릭 발추나스와 제임스 세이파트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시장이 개장한 뒤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의 첫날 성적을 지속적으로 추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11개 현물 ETF는 출시한 지 20분 만에 거래량 5억 달러, 30분 만에 12억 달러를 돌파했다.
절반이 넘는 23억 달러 이상의 거래가 그레이스케일의 GBTC에서 나왔다. 전통 운용사 중에서는 블랙록의 IBIT이 10억 달러가 넘는 거래량을 기록했고, 그 뒤를 피델리티(FBTC), 아크인베스트·21셰어즈(ARKB), 비트와이즈(BITB)가 각각 6억7370만 달러, 2억7560만 달러, 1억2000만 달러로 뒤쫓았다.
세이파트는 “거래량의 대다수가 GBTC를 환매해 다른 ETF를 사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그레이스케일이 책정한 GBTC의 보관 수수료는 1.5%로, 이는 0.2~0.3%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다른 ETF 대비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수수료가 더 낮은 ETF로 ‘갈아타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발추나스는 첫날 11개 현물 ETF의 총거래 횟수가 70만 회 넘었다는 점을 짚으며 “예상보다 더 많은 대중의 활동이 있었고, 이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IBIT을 포함한 4개의 현물 ETF의 거래량이 1억 달러가 넘은 것에 대해서도 “강한 중간 계층이 존재하는 것도 긍정적”이라면서 “ETF 역사상 가장 큰 ‘첫날’이었다”고 강조했다.
첫날 현물 ETF 시장에 신규 유입된 자금이 10억~15억 달러 정도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석문 코빗리서치 센터장은 “GBTC의 첫날 거래는 대부분 운영 수수료가 저렴한 경쟁 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한 환매 요청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GBTC를 제외한) 23억 달러 중 절반 정도가 ‘순’ 신규 자금이라고 한다면, 그 규모는 10~15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에 따르면 금(金) ETF에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는데 1년이 걸렸다.
한편, 가상자산 시황 데이터 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 증권시장이 시작하기 전인 11일 오후 최저 6082만 원에서 꾸준히 상승하며, 현물 ETF 거래가 정식으로 시작된 지 20분 만인 같은 날 밤 11시 50분 6400만 원을 넘어섰다. 다만, 이후 꾸준히 하락해 12일 오후 2시 기준 6050만 원까지 내려온 모습이다.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첫날 ETF 거래와 비트코인 가격 등락 사이 연관 관계에 대해 “ETF 승인 및 첫날 거래 전까지 여러 큰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함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렇기에, ETF 거래량과 비트코인 가격 사이 구조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코빗리서치센터는 첫날 거래량이나 가격 등락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및 상장은 기존 가상자산 거래 인프라에 익숙하지 않았던 개인 및 기관이 쉽게 비트코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호재”라면서 “그간 막혀있었던 대기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기대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첫날 거래량을 가지고 따지기엔 아직은 섣부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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