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허들 낮추고 재건축 활성화 추진
고금리·자잿값 급등·법 개정 등 과제 산적
“절차 빨라졌지만, 시장 영향 제한적”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는 앞으로 안전진단 절차를 건너뛰고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시장에선 정비사업 추진 기대감이 높아진 모습이다. 하지만 부동산경기 침체 분위기가 지속되는 만큼 실제 공급 확대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앞서 국토교통부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더라고 정비계획 수립과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설립 등 재건축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안전진단은 추후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통과하도록 시점을 유예한 것이다.
국토부는 통상 안전진단에 1년, 추진위 구성 및 조합설립까지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을 고려할 때 평균 13년가량 걸리는 사업 기간을 3년가량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재개발의 경우 30년 넘은 건물이 전체의 3분의 2 이상(67%)이어야 사업이 가능했으나 이를 60%로 낮췄다.
정비사업 초기 단지들의 사업 속도를 끌어올려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단 복안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안전진단 규제 완화 대상은 오는 2027년까지 입주 30년차가 도래하는 아파트 75만가구 규모에 이른다. 재개발 규제 완화 혜택을 보는 20만가구를 더하면 총 95만가구가 이번 규제 완화 수혜를 보는 셈이다.
다만 이번 규제 완화로 실질적인 공급 확대 효과를 거두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지난해 1월 정부가 한 차례 안전진단 완화 조치를 시행한 이후 1년간 총 163개 단지, 약 14만가구가 안전진단 문턱을 넘었지만, 실제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단지는 두드러지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0%로 또다시 동결했다. 금리 변동 우려에 따른 시장 충격은 해소됐지만, 고금리 부담은 여전하다.
나날이 치솟는 자잿값도 발목을 잡는다. 여기에 제로에너지 의무화, 층간소음 해소 등 각종 정책 시행이 본격화하면서 앞으로 공사비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서울 도심의 재건축 공사비는 3.3㎡당 800만원을 웃돈다. 올해는 3.3㎡당 1000만원까지 치솟을 거란 관측도 적지 않다.
부동산경기 위축과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마다 재건축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안전진단 통과 시점을 유예하는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위해선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등 여러 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 정책이 빛을 보기 위해선 오는 4월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다수당으로 자리해야 유리하단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재건축 단지에서 안전진단 절차가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사업시행인가 시점에서도 안전진단 통과가 안 되면 정작 사업 추진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고금리로 바뀐 시장 환경을 정부 정책으로 상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실질적으로 정비사업이 길어지는 이유는 조합 내부의 갈등, 시공사, 지자체와의 갈등, 사업성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다”며 “절차가 조금 빨라졌을 뿐 실질적으로 해야 하는 건 똑같다. 사업성이 어느 정도인지, 추가 분담금이 얼마나 되는지, 조합원들의 사업 추진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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