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김예품 기자] 애플의 야심작 ‘비전 프로’의 출시일이 공개되며 애플 사용자들의 주목을 받고있다. 아이폰, 애플 워치, 아이패드 등 이전까지의 애플 제품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기기로 사용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비전 프로는 지난 2023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린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 2023)’에서 처음 공개됐다. 애플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기기를 선보인 것은 2014년 애플워치 출시 이후 무려 9년 만이다. 비전 프로는 7년 이상의 개발 기간 동안 1천여 명의 개발자가 투입되었다고 이날 소개되었다.
아이폰 기능 완전히 담았다… ‘비전 OS’, 3D 인터페이스부터 공간 컴퓨팅까지
애플이 개인 컴퓨터의 기능을 아이폰에 담았듯이, 비전 프로는 아이폰의 기능을 MR 헤드셋에 구현한다는 목표로 개발되었다. 애플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운영체제 ‘비전 OS’를 새로이 개발했다. 비전 OS는 iOS, iPadOS 등과 호환이 가능하므로 기존 1백만 개 앱을 아이폰뿐만 아니라 비전 프로에서도 실행할 수 있다.
또한 비전OS는 3D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앱이 화면의 제약에서 벗어날 예정이다. 3D 인터페이스란 단순 터치가 아닌 쓸기, 확대하기, 축소하기, 기울기 등의 동작으로 화면 전환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이외에도 3D를 통해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다른 세상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 기능, 애플 최초의 3D 카메라, 통화 상대가 실물 크기 타일로 구현되는 페이스타임, 눈·손·음성으로 제어 가능한 완전히 새로운 입력 체계, 비전 프로 착용자 근처에 다가가면 기기가 투명화되는 ‘아이사이트’ 기능 등도 담겼다.
이 중 눈과 손가락, 손목으로 앱을 선택하고 구동할 수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비전 프로를 쓰면 화면을 눈으로 선택한 뒤 손가락으로 스크롤하거나 스크린을 키울 수 있다. 애플은 특히 ‘공간 컴퓨팅’ 개념을 통해 거실이나 비행기좌석에서 영화나 게임, 추억 속 사진으로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이 가능하다. 공감 컴퓨팅은 디지털 콘텐츠를 실제 공간에 구현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놀라운 기능을 실현할 수 있는 이유, ‘애플 실리콘’ 개발
이같은 최신 기술들은 애플의 자체 칩인 ‘애플 실리콘’을 통해 구현된다. 기존의 M시리즈와 달리 완전히 새로운 R1 칩은 12개의 카메라, 5개의 센서와 6개의 마이크가 입력한 정보를 처리해 콘텐츠가 사용자의 눈 앞에서 실시간으로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한다. 게다가 양쪽 눈에 4K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각각 탑재해 눈의 피로를 낮췄다.
중국 언론 화얼졔졘원에 따르면, 비전 프로 헤드셋의 디스플레이 주 공급업체는 ‘소니’지만 중국 기업도 일부 물량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 프로 헤드셋에 적용되는 OLEDoS(실리콘 기반 OLED) 디스플레이는 컬러필터와 WOLED 조합을 사용하는데, WOLED에서 백색광이 나오면 RGB 컬러필터를 통해 색채를 구현한다.
말 많았던 비전 프로 출시일… 드디어 판매 시작, 한국 사전 예매는 언제부터?
비전 프로는 한국시간 기준 오는 19일 오후 10시부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판매를 시작한다. 또한 공식 판매일은 2월 2일로 예정되어 있다.
비전 프로의 출시일을 두고 업계에서는 부품 공급, 유통망 확보 등으로 인해 출시 시점이 3월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애플 분석 전문가로 유명한 궈밍치 대만 TFI증권 애널리스트는 비전 프로가 올해 애플의 가장 중요한 상품이며 대량 출하가 1월 첫째주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궈밍치는 비전 프로의 올해 출하량이 약 50만대를 넘을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또한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최근 발표한 ‘2024년 기술산업 전망 분석’에서 비전 프로가 예상 이상의 수요로 인해 출시 이후 약 1년 여간 장기 품절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한편, 중국의 다수 언론사에 따르면 비전 프로의 중국 협력사 비율은 60%에 이르고, 상당부분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해진 바 있다. 다만 중국에서는 화웨이가 이미 ‘비전 프로’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이름으로 판매될 전망이다.
‘억’소리 나는 가격…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인지는 실구매자만 알 수 있다
애플이 공개한 비전프로 가격은 256GB(기가바이트) 저장용량 기준 3499달러(약 460만 원)로 책정됐다. 이는 메타의 MR 기기 ‘퀘스트3’ 가격(500달러)의 7배가 넘는 가격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 비전프로는 기존 MR 기기보다 고사양인 디스플레이와 프로세서, 사용자 경험 인터페이스 탑재로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는 분석이다. 일반 소비자에겐 많이 부담스러운 고가 제품인 만큼 애플은 고객에게 첫인상을 좋게 심기 위한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MR 헤드셋은 이미 메타의 ‘퀘스트’를 비롯해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분야다. 또한 ‘CES 2024’에서는 소니와 지멘스가 협력해 산업용 XR 헤드셋을 개발 중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가운데 애플의 고가 제품 비전 프로가 MR 헤드셋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지는 출시일 이후 사용자의 가격 대비 만족도를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CES 2024’ 불참
애플의 전격적인 출시일 발표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두고 나와 업계에서 화제를 몰고 있다. 지난 9일 개막한 CES 2024는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4천여개 기업이 참가해 신기술과 제품을 발표한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중 다수 기업이 참가하지만,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애플은 참가하지 않는다. 특히, 이날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파나소닉, TCL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디어 행사를 통해 각각의 제품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미디어의 관심이 쏠리는 날이다.
애플은 대부분 6월과 9월 자체 행사를 통해 아이폰 등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발표하고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행사인 CES 등에는 참석하지 않아 왔다. 비전 프로도 작년 6월 처음 공개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애플이 비전 프로 출시일 발표를 통해 CES 2024에 쏠린 관심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애플이 CES를 앞두고 비전 프로 판매일을 발표했다”며 “비전 프로 헤드셋이 CES를 방해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매체인 맥월드는 “애플이 비전 프로 발표를 통해 CES에 쏠린 스포트라이트를 훔치려한다”고 전했다.
한편, 애플은 비전 프로를 공간 컴퓨터라고 지칭하며 강력한 개인 컴퓨팅으로 가는 새로운 차원의 문을 열어준다고 강조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공간 컴퓨팅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비전프로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제품 중 가장 진보된 소비자 가전기기다. 이 혁신적이고 마법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우리가 연결하고, 만들고, 탐색하는 방식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수십년 간의 애플 혁신에 기반을 둔 비전 프로는 우리에게 공간 컴퓨팅을 선보였으며, 예전에 보아왔던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뉴스 / 김예품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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