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팀 “‘사상 최대 영장류’ 中 G.블래키, 29만5천~21만5천년 전 멸종”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200여만년 전부터 중국 남부에 살던 키 3m, 몸무게 200~300㎏의 거대 유인원 ‘기간토피테쿠스 블래키'(Gigantopithecus blacki)는 언제 왜 멸종했을까?
호주와 중국 등 국제 연구팀이 G.블래키가 멸종한 시기는 29만5천~21만5천년 전 사이이며, 멸종 원인은 울창한 숲이 줄어들고 먹이가 변하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호주 매쿼리대 키라 웨스트어웨이 교수와 중국과학원 척추동물 고생물학·고인류학 연구소 장잉치 교수 등 연구팀은 11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중국 남부 동굴에서 수집한 화석과 꽃가루 등의 연대 측정과 분석으로 환경을 재구성, G.블래키의 멸종 시기와 원인을 규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존재가 확인된 영장류 중 가장 크고 동남아시아에 살던 거대 동물군 중 하나인 G.블랙키는 약 200만 년 전부터 홍적세 중기 후반 멸종 때까지 중국에서 살았다.
하지만 지난 260만년 간 멸종한 아시아 대형 유인원이 몇 안 될 뿐 아니라 같은 지역에 사는 오랑우탄 등 다른 유인원들은 현재까지 살아남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G. 블래키의 멸종 원인은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중국 남부 지역의 동굴 22곳에서 G.블래키의 화석과 토양, 당시 꽃가루 등을 수집해 분석하는 방법으로 G.블래키가 살던 시대와 멸종 전후 환경을 재구성했다. 동굴 퇴적물과 화석에 6가지 연대 측정 기법을 적용해 157개의 방사성 연대 측정 결과를 도출했다.
또 G.블래키와 나중에 멸종한 오랑우탄의 하나로 G.블래키와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퐁고 웨이덴레이치(Pongo Weidenreichi)의 이빨을 분석해 멸종 시기의 식습관이나 행동 변화를 파악했다.
분석 결과 중국 남부 환경은 230만년 전 울창한 숲과 수풀이 모자이크처럼 얽혀 있어 G.블래키가 살기에 이상적인 조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G.블래키와 P.웨이덴레이치는 모두 우거진 숲속에서 계절적 변동이 크지 않은 먹이와 풍부한 물을 누리며 산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29만5천~21만5천년 사이 기후의 계절성이 커지면서 식물 군집이 변하고, 울창한 숲이 주는 대신 개방된 초원이 증가하는 등 환경이 크게 변한 것으로 밝혀졌다.
G.블래키와 P.웨이덴레이치의 이빨 분석 결과 두 영장류는 이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에서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G.블래키는 먹이 다양성이 감소하고 규칙적인 물 섭취도 줄면서 만성 스트레스 증가 징후가 뚜렷하지만 P.웨이덴레이치는 먹이 변화에 잘 적응해 스트레스가 훨씬 적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두 유인원의 환경 적응 차이는 이 지역에서 발견되는 화석 수에 반영돼 나타난다며 이후 G.블래키의 화석 수와 지리적 분포는 P.웨이덴레이치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G.블래키가 29만5천~21만5천년 전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멸종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다른 유사한 영장류가 살아남은 곳에서 왜 G.블래키는 생존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고 말했다.
웨스트어웨이 교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위협이 다가오는 지금 종의 멸종 원인을 밝혀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과거 멸종의 원인을 탐구하는 것은 영장류의 회복력과 다른 대형 동물의 운명을 이해하는 좋은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Kira Westaway et al., ‘The demise of the giant ape Gigantopithecus blacki’,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900-0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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