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터널 지나며 손실서 이익 전환
美긴축 종료 기대에 국내 채권시장 훈풍
“올 상반기 주요국들 정책금리 인하 시작”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채권 운용 성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기를 지나면서 채권 투자에 우호적 여건이 조성되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어 앞으로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채권 평가이익은 1조5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기간에 발생한 손실충당금 변동분을 가감한 것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3조1724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평가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은 가계와 기업에 대출을 내주고 남은 여유자금을 신용도가 높은 채권 등 유가증권으로 운용해 리스크를 분산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6685억→3473억원) ▲신한은행(-1조586억→3273억원) ▲하나은행(-8123억→2084억원) ▲우리은행(-6330억→1742억원) 등으로 모두 이익 전환했다.
이처럼 평가손익이 개선된 배경에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릴레이가 지난해부터 사실상 종료됐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지난 2022년 초 국내 국고채 3·5년물 금리는 1~2%대에서 같은 해 9월 말 3~4%대까지 치솟았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새로 발행되는 채권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값은 떨어진다. 은행들이 운용하는 채권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이 발생한 이유다.
하지만 한은이 지난해 2월부터 7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면서 채권 금리의 급격한 오름세는 멈췄다. 지난해 들어 9월 말까지 국고채 3·5년물 금리는 0.315%~0.445%포인트(p)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은행이 보유한 채권의 평가손익이 개선된 것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주요국들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조주연 한은 운용전략팀 과장은 올해 국제금융시장을 전망한 보고서에서 “올 상반기 중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통화긴축 누적효과로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점차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금리도 이 같은 기대에 영향을 받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국고채 3·5년물 금리는 3.247%, 3.267%로 각각 0.338%p, 0.248%p씩 하락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고금리 영향에 저성장 부담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크레딧 이벤트 추가 발생 경계심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길 요인”이라며 “내수 위축 흐름을 고려할 때 국내 금리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며, 3%대 국고채 금리는 잠재 수준 대비 여전히 높은 레벨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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