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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사이] 25. 전기차 둘러싼 미·중 대립

이투데이 조회수  


미래 자동차산업에 사활 건 경쟁
中 공급망 장악, 美 재재 안먹혀

지난 1월 5~8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코(海口)에서 제6회 국제 신에너지차·지능형 커넥티드카 박람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전 세계에서 미래자동차 주제로 진행되는 가장 큰 박람회로 중국내외 500여 종의 다양한 전기차·커넥티드카가 전시되었다. 미중 간 충돌의 중심에 있는 글로벌 공급망·반도체 등 관련 박람회가 2018년 무역전쟁 이후 본격화된 것처럼 신에너지차·커넥티드카 박람회도 2019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6회째를 맞이했다.

전기차 및 커넥티드카는 미래 자동차산업 패권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핵심광물자원 등 경제안보를 둘러싼 미중 간 사활이 걸린 영역이기도 하다. 중국은 1년간의 의견 수렴기간을 거쳐 작년 11월 공업신식화부·공안부·주택도시농촌건설부·교통운수부 4개 부처 공동으로 ‘지능형 커넥티드카 진입 및 시험주행에 관한 업무통지’를 발표한 바 있다. 2025년까지 레벨2 이상의 자율주행차 판매량 비중을 점차 높여 나가고, 레벨3·4 자율주행차 시범화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레벨3 자율주행 테스트 허가를 받은 기업은 메르세데스, BMW와 비야디 정도로 향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세계 전기차 3분의 2 생산

미중 간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신에너지차 생태계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전기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의하면, 2023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1400만 대, 그중 중국산 판매량이 810만 대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대중국 전기차 생태계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2021년부터 선두를 차지하고 있고 2024년 올해도 970만 대로 여전히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3년 1~11월 기준 중국 신에너지차 수출은 109.1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83.5%로 증가하며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 전기차 1등 기업인 비야디의 경우 2023년 신에너지차(순수전기차+하이브리드차) 판매량(302.4만 대) 중 약 8%에 해당되는 24만 2800대(전년대비 334.2% 급증)를 해외로 수출했다. 현재 일본·유럽·브라질·호주·UAE·태국 등 59개국의 400여 개 도시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시장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전기차 산업에 엄청난 보조금을 지원하며 전기차 산업을 키워왔고, 자국시장을 기반으로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수출국가 대열에 올라섰다.

글로벌 전기차의 약 3분의 2를 중국이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속내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중국의 ‘커넥티드카 진입 및 시험주행 업무통지’ 정책도 경제안보 측면에서 정보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시뮬레이션·네트워크 및 데이터 보안·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데이터 기록의 부합기준을 규정하고 있어 향후 데이터 안보를 둘러싼 미중 간 논쟁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중국 전기차 생태계 압박과 제재는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산 차량에 대해 27.5%(자동차 수입관세 2.5%+중국제품 관세 25%) 고율관세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규정에 따라 보조금 배제 등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며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흑연 생산과 리튬 공급망에 있어 전 세계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전세계 배터리 셀 생산시설의 3분의 2가 중국에 있는 반면, 미국은 1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도체와 달리 전기차 배터리 광물과 소재부품 모두 중국공급망에 갇혀 있는 구조이다 보니 미국이 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2022년 8월 IRA 정책이 발표되자 미국제재를 피해 우회로를 찾아야 하는 중국 배터리 광물-소재부품 기업과 안정적인 전기차 공급망이 필요한 미국·한국 기업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해외합작기업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중국 장쑤성 쑤저우 국제컨테이너터미널에 선적 대기 중인 비야디(BYD) 차량들. AFP연합뉴스

LG엔솔·포스코 등 기업대응 ‘재촉’

이를 차단하기 위해 미국은 원천적으로 중국산 이차전지 광물과 소재부품을 사용한 기업들은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IRA 세부규정을 작년 12월 1일 발표했다.

중국·러시아·북한·이란을 해외우려기업(FEOC)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의 광물-추출가공-제조조립 등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니 결국 중국기업과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또한 해외합작기업 중 중국지분이 25% 이상이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음극재 생산에 들어가는 흑연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전기차 생태계를 두고 미중 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포드·폭스바겐·LG에너지솔루션·포스코 등 국내외 기업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정책방향이 선회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트럼트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게 되면 IRA 법안을 전면폐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IRA 전면폐지보다 보조금 세액공제 축소 및 외국기업에 대한 장벽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美 대선결과 따라 정책 요동칠듯

전면폐지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는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IRA는 미국 자국산업육성 관점의 법안으로 기존 IRA 규정의 부분 수정과 함께 전통산업인 내연기관차 육성에 더욱 중점을 둘 것이다. 둘째, 민주당 상하원 비율을 고려할 경우 의회 통과 가능성이 미지수인 상태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다. 셋째, IRA에 트럼프가 지지하는 원전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도 있기 때문에 굳이 전면폐지할 이유가 없다. 넷째. IRA 법안으로 인해 투자 고용효과 혜택을 보는 지역이 테네시·조지아주 등 대부분 공화당 우세지역(Red State)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차를 둘러싼 미중 간 충돌과 대립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고,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바이든보다 더욱 강력한 대중국 제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유럽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반덤핑관세나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유럽판 IRA’ 규정도 본격화할 기세다. 2024년은 전 세계 70개국 이상에서 크고 작은 선거가 진행되는 슈퍼선거의 해인 만큼 정치가 경제를 삼키는 ‘폴리노믹스’가 새로운 미중관계 국면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 소장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지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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