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태영건설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 신청 이후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다른 건설사도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확산될 수 있다며 경고에 나섰다.
△ 증권업계 “투심 냉각에 건설사 자금 융통 경색 우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동부건설과 신세계건설을 취약 건설사로 거론했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이 583억원인 데 반해 단기차입금 규모가 4189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도 206.3%로 높다. 인천 검단신도시(2115억원), 영종하늘도시 주상복합(4011억원) 등 대규모 자체사업을 중심으로 용지대금 부담이 지난 2021년부터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006억원의 자금이 투입됐으며 올해 말까지 1457억원의 토지대금 납부가 예정돼 있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현금성자산이 1468억원에 단기차입금이 1700억원 규모로 위험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만기가 대부분 3개월 이내에 몰려 있고 순차입금 규모는 2000억원에 달하는 등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 2022년 말 265%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470%로 증가했다. 특히 미분양이 몰려있는 대구 사업장이 많다는 점이 재무부담 요소로 꼽힌다. 신세계건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총 6291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분양률이 20%대에 그치는 대구 수성4가 빌리브 헤리티지, 대구 칠성동 빌리브 루센트, 대구 달서구 빌리브 라디체 등의 도급액은 총 3300억원이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이 맞물려 중소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단기 유동성 자금 확보가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이러한 가운데 태영건설 사태로 건설사들의 단기 자금 융통이 경색될 수 있고 PF ABCP, ABSTB 등 단기사채들의 차환 발행의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건설에 대해서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하나증권은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에 도래하는 롯데건설의 미착공 PF 규모가 3조2000억원이며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미착공 PF는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보유 현금은 2조3000억원 수준인데 1년 내 도래하는 차입금은 2조1000억원이기 때문에 올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PF 우발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 건설사들 적극 해명…”제2의 태영건설 아냐”
태영건설에 이어 PF 부실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된 건설사들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가장 먼저 해명에 나선 롯데건설은 PF우발 채무 해소방안을 마련했으며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선을 그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재 현금성 자산을 2조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1조8000억원은 대부분 연장협의가 완료됐고 올해도 1조6000억원의 우발채무를 줄여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할 계획”이라며 “지방 사업장의 경우에도 부산 해운대 센텀 등 도심지에 위치해 분양성이 우수한 사업장이기 때문에 분양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롯데건설은 올해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미착공 PF 3조2000억원 가운데 2조4000억원은 이달 내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본PF 전환 시점까지 장기 조달구조로 연장할 계획이다. 나머지 8000억원은 올해 1분기 내 본PF 전환 등으로 PF우발채무를 해소한다는 예정이다.
동부건설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이 감소한 것은 금융 비용 절감을 위해 만기가 도래한 높은 금리의 채무증권 상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순 차입금 4800억원 중 약 3500억원은 LH 공공택지 매입을 위한 토지분양대금 반환채권 담보대출로 사실상 국가 등급의 신용도를 가진 채권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없다”며 “지난해 4분기에 약 220억원을 상환해 차입금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세계건설도 신세계영랑호리조트의 흡수합병으로 자본을 늘려 유동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재무구조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PF 리스크 우려에 선을 그었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신세계건설 자체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익성 위주의 우량사업 발굴을 통해 업황에 대응하고 빠른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향후 회사 자금 상황 등 고려해 적절하게 상황에 맞춰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건설업 유동성 위험 확산 가능성 배제 못해
건설사들이 ‘제2의 태영건설’ 가능성에 적극 반박하고 있지만 올해 건설업 전망 자체가 우호적이지 않아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험 부담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용등급을 보유한 건설사 중 PF보증이 있는 16개사의 PF 보증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8조3000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16조1000억원에서 지난 2021년 21조9000억원, 지난 2022년 26조1000억원보다 대폭 늘어난 수준이다.
한신평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투자심리 냉각으로 PF 차환 리스크가 커지는 건설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압박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본격적인 경기 반등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상위권 건설사로 유동성 위험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지난해 12월 건설경기실사가 75.5로 여전히 70선 중반을 벗어나지 못했고 공사대수금(76.7)과 자금조달 BSI(67.4) 역시 최근 10년 이내 가장 좋지 않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건산연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건설경기는 자금조달 및 공사대수금 등 상황이 더욱 악화돼 불안정하다”며 “1월 건설경기 전망치도 연초 공사 발주가 감소하는 계절적 영향으로 71.5로 전월 대비 4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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