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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honey] 트롤리버스 타고 ‘부릉’ 능내역 교외 여행

연합뉴스 조회수  

당일치기 또는 1박2일 여행지로 주목

(남양주=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물가가 오르고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여행에 선뜻 큰돈을 쓰기가 망설여지는 사람이 많다.

이럴 때 가까운 교외로 나가 바람을 잠시 쐬는 것은 어떨까.

조금만 살펴보면 의외로 괜찮은 여행지들이 널려있다.

남양주 땡큐버스 [사진/ 성연재 기자]

남양주 땡큐버스 [사진/ 성연재 기자]

경의중앙선은 서울 시민들이 경기도 교외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여행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청량리역에서 40분만 달리면 남양주 조안면이다.

고풍스러운 ‘트롤리버스’를 타고 작은 시골 폐역에 도착하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푸근함이 전해져온다.

능내역 [사진/ 성연재 기자]

능내역 [사진/ 성연재 기자]

◇ 이런 시골에 시티투어 버스가?

경의중앙선 운길산역에 내린 뒤 50m가량만 걸으면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몇분 기다리니 서울 시내에서나 봤을 법한 트롤리버스 한 대가 정차한다.

버스의 외관은 진한 빨간색을 띠고 있으며 내부에는 나무로 만든 의자들이 설치돼 있다.

‘트롤리버스’는 유럽에서 전기로 운행되는 무궤도 전차를 말하지만, 국내에서는 디자인을 일반 버스에 적용해 관광버스를 일컫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남양주에서는 이 버스가 관광버스뿐만 아니라 시내버스로도 활용되고 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시내 관광용으로 도입한 경우는 있지만, 대중교통 운행은 남양주시가 처음이다.

남양주시에서는 이 버스 이름을 ‘땡큐버스’로 붙여 일반 시민들의 시내버스와 관광버스로 활용하고 있다.

땡큐버스는 남양주시가 준공영제 방식으로 운영하는 시내 순환 노선이다.

관광객들만 타는 버스는 왠지 밋밋하다. 주민들을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남양주 땡큐버스 [사진/ 성연재 기자]

남양주 땡큐버스 [사진/ 성연재 기자]

그러나 이 땡큐버스는 다르다.

관광객들은 버스에서 남양주 시민들과 섞여 그들의 일상을 엿볼 수도 있다.

땡큐버스 내부도 고풍스럽다.

내부 인테리어도 나무 소재로 세밀하게 꾸며져 여행하는 느낌이 물씬 든다.

창문도 각지지 않고 윗부분은 아치 모양이다.

땡큐버스에 올라타고 느긋하게 바깥 풍경을 즐기다 보면 20여분 만에 목적지인 능내역에 도착하게 된다.

남양주 능내역 [사진/ 성연재 기자]

남양주 능내역 [사진/ 성연재 기자]

◇ 남양주 능내역

능내역은 기차가 서지 않는 작은 폐역이다. 폐역을 찾는 여행은 달콤한 매력을 안겨준다.

그곳에는 우리가 어릴 적 잊어버렸던 아련한 추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인정 넘쳤던 옛날의 모습들을 다시 마주칠 수 있다.

능내역은 1956년 5월 역무원은 있지만 역장이 없는 ‘역원 배치 간이역’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1967년 역장이 배치된 ‘보통역’ 지위를 얻었지만, 1993년에는 다시 배치 간이역으로 격하됐다.

그러다 2008년 선로가 이설되면서 문을 닫는 운명을 맞았다.

그러던 이 역사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

4대강 사업으로 철길 자리에 자전거길이 들어서면서부터다.

많은 라이더가 이곳을 거치면서 능내역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능내역은 작은 단층 역이다. 마치 고향 집처럼 정겨운 풍경이다.

작은 역사로 들어서면 옛 열차 시간표가 그대로 문 위에 붙어 있다.

역사를 말해주는 흑백사진들이 걸려있다.

이곳을 터전으로 살던 사람들의 모습이 한장 한장 사진에 담겨있다.

역 바로 앞 대여소에서는 1시간에 5천원에 자전거를 빌릴 수 있어 멋진 추억 쌓기에 안성맞춤이다.

수년 전 찾았던 가격에 비해 얼마 오르지도 않았다.

보리밭과 자전거 [사진/ 성연재 기자]

보리밭과 자전거 [사진/ 성연재 기자]

◇ 겨울을 스쳐 가는 라이딩의 묘미…남한강 자전거길

‘자전거가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1980년대 유행하던 패션 브랜드의 광고 문구다.

어쩌면 요즘처럼 쌀쌀해진 겨울이 뜻밖에도 자전거 주행에 잘 어울린다.

남양주 팔당에서 양평까지 이어지는 27km 길이의 중앙선 폐철도 구간을 지나는 남한강 자전거길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길로 손꼽힌다.

기찻길을 없애고 말끔하게 포장된 자전거길을 달리다 보면 가슴이 탁 트인다.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달렸더니 금세 땀이 솟는다.

라이더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팔당역에서 신원역 구간의 자전거 길이다.

그 가운데서도 팔당역에서 운길산 코스가 가장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능내역은 남한강 자전거길 8경 가운데 3경에 속한다.

자전거길 가운데는 사진 촬영을 염두에 둔 듯 다양한 이정표들이 눈에 많이 띈다.

중간중간 쉴 수 있는 벤치도 있고 추억을 만들 거리도 많다.

능내역 인근 ‘이근호 손 편지 정원’에는 다양한 조형물이 있어 눈길을 끈다.

과거 기차가 지나던 터널을 자전거 터널로 개조해 놓은 봉안터널도 매력이다.

팔당댐 고니 [사진/ 성연재 기자]

팔당댐 고니 [사진/ 성연재 기자]

◇ 생태관광 1번지 팔당댐

땡큐버스가 팔당댐 인근을 지나고 있는데 강변에 수십 명의 사진 동호인들이 뭔가를 열심히 찍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한 정거장을 걸어 되돌아갔다.

그들은 이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수리를 촬영하기 위해 진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이맘때부터 매년 2월까지 수리가 하늘에서 내려와 물고기를 잡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고기를 낚아채는 수리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망원렌즈가 필요하다.

사진작가 수십 명이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설치해 뒀다.

사진작가 가운데 한 사람은 “수리가 하루에 한 차례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에 무료하게 하루 종일 기다려야 하는 때도 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소형 스피커를 통해 참새 소리 등 새 울음소리를 내 수리를 유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이는 직박구리 등 다양한 다른 조류를 촬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국도변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라 다소 위험하게 보였지만 이들의 열정은 무엇보다 누구보다 뜨거웠다.

남양주시 차원에서 생태관광에 대해서 조금 더 조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양주 정약용 기념관 [사진/ 성연재 기자]

남양주 정약용 기념관 [사진/ 성연재 기자]

◇ 농민 카페 그리고 정약용 유적지

조안면의 자전거길을 따라 많은 카페가 들어섰다.

자전거길을 따라 수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또 걷는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시원한 강 풍경을 바라보다 걷다 보면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린다. 주변에 카페도 많이 들어섰다.

그 가운데 한겨울이었지만 넓은 부지에 보리를 재배하는 카페가 있어 눈길을 끈다.

푸른 보리밭이 분위기를 제대로 내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이곳은 농민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다. 중년 여성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 “한여름에 수박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찾아왔다”며 수박을 찾는다.

카페 주인장은 “아버지가 직접 재배 수박과 멜론을 재배하는데 제철에만 음료를 마실 수 있다”고 답했다.

이곳에서는 볕이 좋은 날은 한겨울에도 바깥 테라스 자리에 앉아 푸른 보리밭 풍경을 즐기며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은 다산 정약용의 출생지기도 하다.

능내역에서 1.6㎞ 떨어진 곳에는 다산 정약용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전남 강진에서 긴 유배 생활을 마친 뒤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와 죽기 전까지 머물렀다.

정약용 유적지에 그의 생가인 여유당이 복원돼 있다.

여유당 위쪽에는 다소 가파른 동산이 있는데 이곳에 올라가 보면 그의 생가와 능내역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산 제일 위에는 다산과 그의 아내의 묘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밖에도 주변에는 정약용의 생애와 철학 등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많다.

능내역 풍경 [사진/ 성연재 기자]

능내역 풍경 [사진/ 성연재 기자]

해 질 무렵 다시 능내역으로 돌아와 보니 한 할머니가 기차역에 앉아 석양을 즐기고 있다.

기찻길 앞에서 하염없이 생각에 잠긴 할머니 모습을 보니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떠오른다.

플랫폼에 앉아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는 듯한 할머니의 모습은 석양에 길어진 그림자만큼이나 긴 여운을 던져줬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연합뉴스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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