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회복 시그널에”…양사 1Q부터 D램 감산 종료 수순 전망
AI향 ‘훈풍’에 합산 영업익 20조 전망…작년 손실분 모두 만회할지 관심
국내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딛고 올해부터 상당한 이익 개선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주요 경영진이 ‘감산 종료’를 언급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양사가 나란히 AI용 첨단 메모리 제품을 선보인 것이 이를 방증한다.
PC, 모바일, 서버 등 주요 산업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가격 상승, 재고 감소라는 선순환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모두 합쳐 약 20조원의 영업적자를 낸 삼성·SK 반도체가 올해 ‘V자’ 회복으로 손실분을 모두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는 이르면 1분기부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D램을 중심으로 ‘감산 종료’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AI향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에 힘입어 이미 지난 3분기부터 D램이 흑자로 전환됐고 삼성전자 역시 4분기 D램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전날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가 D램에서는 약 1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드에서는 2조4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한다. 이를 미루어볼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D램에서만큼은 정상화 단계에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는 HBM3·DDR5 등 선단 제품을 중심으로 D램 수요 증가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돼 조만간 D램 감산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AI 원동력 메모리 반도체’를 주제로 한 미디어 콘퍼러스에서 감산과 관련해 “D램은 1분기에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시황 개선”을 들며, 수요가 많은 제품은 최대 생산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제품은 그만큼 조절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언급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1분기부터 재고가 많은 레거시 제품 감산에 집중하는 대신 HBM, DDR5, LPDDR5x 등 선단 공정 제품 비중은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 개선에 나섰다. 수익 최적화 구조를 확립한만큼, 반도체 수요만 받쳐줄 경우 가파른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오는 31일 예정된 2023년 4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단계적 감산 종료’를 거론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작년 4분기 보다 13~18% 상승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13~18% 가량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며 이 같은 예측에 힘을 실었다. PC, 서버, 모바일, 그래픽 등 고른 산업 성장이 평균 가격을 밀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다.
반도체 업체 실적에 발목을 잡은 낸드플래시 역시 1분기에만 많게는 20%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황 회복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트렌드포스는 “수요가 적은 계절임에도 구매자들은 안정적인 재고 수준을 확립하기 위해 낸드플래시 제품 구매를 늘리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공급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추진중”이라고 했다.
삼성과 SK의 실적 회복의 또 다른 핵심 키로는 ‘AI향 제품’이 거론된다. 곽노정 사장은 올해 메모리 산업 리딩 전략으로 ▲현재 전세계 가장 많은 AI 고객들이 사용 중인 HBM3/3E ▲최고 용량 서버용 메모리인 하이 캐파시티(High Capacity) TSV DIMM ▲세계 최고속 모바일 메모리인 LPDDR5T ▲세계 최고의 퍼포먼스(Performance) 메모리인 DIMM 등 다양한 초고성능 제품을 언급했다.
이들 제품은 AGI(인공일반지능) 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모바일, PC 등 주요 산업 영역에 걸쳐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뿐 아니라 SK하이닉스는 점차 다양해지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맞춤형 메모리 플랫폼(Custom Memory Platform)을 내놓기로 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시대에 세계 최고 메모리를 적기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AI 인프라’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곽노정 사장이 엔비디아, 인텔 등 수많은 경쟁사와 수요처가 몰린 CES 무대에서 이 같은 첨단 라인업을 직접 설명한 것은 그만큼 앞선 메모리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초거대 AI 시장을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메모리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다. 배용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장 부사장은 기고문을 통해 ▲클라우드용 솔루션 ‘HBM3E 샤인볼트, DDR5, MRDIMM, PCIe 젠5 SSD’와 ▲고성능·저전력 온디바이스 AI용 솔루션 ‘LPDDR5X, LPDDR5X CAMM2, LLW, PCIe Gen5 SSD’ ▲차량용 솔루션 ‘Detachable Auto SSD’ 등을 대거 소개했다.
이 같은 제품 라인업을 적기에 선보이기 위해 삼성은 지난해 12월 메모리 상품기획실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효율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할 뿐 아니라 미래 준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레거시 제품 재고 축소, AI용 선단 제품을 비롯한 첨단 반도체 비중 확대로 요약되는 호재 요인을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는 올해 많게는 10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 평균 컨센서스(추정치)는 삼성전자 DS 부문 10~12조원, SK하이닉스 8조~9조원이다.
다만 중동 및 러-우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고금리·고환율 기조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우려 요인은 여전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같은 리스크 요인은 소비자들의 구매력 떨어뜨리거나,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 등 주요 고객사들의 투자 시기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투자증권은 “반도체 업황은 올 3분기부터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하반기 D램 업황 개선 지속의 관건은 하반기 수요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20%를 상회할 수 있을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실적 발목 요인으로 꼽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스템 LSI(반도체 설계) 등 시스템 반도체에서 개선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4분기 파운드리는 무선사 플래그십향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출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고 8인치 팹 가동률 회복이 더뎠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도 “비메모리는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과연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1분기까지는 비메모리에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