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빌딩 가격 폭락 ‘먹구름’
“올해는 기지개” 기대도 일지만
태영 사태로 확인된 PF 리스크
해외서도 불똥 튈라 ‘노심초사’
국내 4대 금융그룹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18조원 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오피스 빌딩 가치가 폭락하면서, 이같은 해외 자산이 금융권의 또 다른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은 올해 금리가 내려가면 해외 부동산 시장도 다소 기지개를 켤 것으로 기대하지만,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불안감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B·하나·신한·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총 18조5000억원이다. 각각 ▲KB금융 5조9000억원 ▲하나금융 4조6000억원 ▲신한금융 4조원 ▲우리금융 4조원이다.
가장 액수가 많은 KB금융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주요 투자처는 대부분 북미와 유럽에 몰려 있다. 3분의 2는 은행을 통한 투자다. 이중 98% 이상이 선순위 담보로 구성됐다.
하나금융의 경우 80% 이상이 하나증권과 은행에서 관련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전체 익스포저 중 절반 이상이 상업용 오피스, 나머지는 물류센터, 호텔 등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금융 역시 은행에서 대부분 투자를 진행중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해외부동산 투자 현황을 밝힌 바 있다. 대부분의 투자가 보험 계열사를 통해 이뤄져, 보험사가 현지 실사를 다녀오는 등 집중 관리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방동권 신한금융 최고리스크관리자(CRO)는 “북미 지역에 60%가 있고, 오피스나 숙박 주거시설에 65%를 투자하고 있다”며 “이 중에서 고정이하여신은 1600억원, 4% 수준으로 국내 일반 대출·투자 자산보다 높다”고 진단한 바 있다.
금융그룹들은 일찌감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중이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주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팬데믹 시기 이어진 저금리로 공격적인 투자 행태가 고금리 기조로 전환되며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후폭풍으로 오피스 공실률이 급증하며 부동산 담보 가치가 낮아져 상환・연장을 하지 못하는 차주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4대 금융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나금융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2022년 9월 5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4조6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신한금융은 관련 현황 집계를 처음으로 시작한 2022년 4분기(3조8000억원) 이후 9개월 간 2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수치를 공개하지 않은 KB와 우리금융도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1년 사이에 큰 변동이 있기 어려워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도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위험 속 금융그룹의 소극적 투자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주요 선진국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서도 신용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5대 금융그룹 회장들도 올해 초 부동산 PF 대출 부실을 경제·금융권 최대 리스크 중 하나로 꼽으며, 글로벌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금융사들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금융사는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꾸려 공실률 등을 관리하고, 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해 부실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조달금리가 내려가면 받는 임대료는 비슷한데 비용이 낮아지니 해외 부동산 투자 수익성이 올라갈 수 있다”면서도 “워낙 PF 시장에 관한 부정적 기류가 팽배해 향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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