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은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해 자신을 각인시켜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톱스타는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남기며 인기를 얻었습니다. 아주경제는 이들이 명장면과 명대사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또 어떤 비하인드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이를 통해 그들이 걸어온 연예계 생활의 발자취를 되돌아봅니다.-by건희-
배우 남궁민(46)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MBC 연기대상’에서 ‘연인’으로 대상을 품에 안았다.
남궁민은 ‘연인’에서 이장현으로 분해 유길채 역의 배우 안은진과 풋풋한 사랑부터 애절한 사랑까지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이들의 사랑에 대리 몰입하며 응원을 펼쳤다. 그중에서도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기억하지 못했던 연인 안은진을 향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라고 외치면서 드러난 남궁민의 애절한 표정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또한 최종화에서 남궁민이 안은진에게 “그대를 기다렸소. 여기서 아주 오래”라면서 흐느끼는 장면은 시청자들을 눈물을 쏙 빼놓았다. ‘연인’은 최고 12.9%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남궁민의 빼어난 연기가 위기에 빠졌던 MBC 드라마를 구해냈다는 평까지 나왔다.
‘연인’으로 대상을 수상한 남궁민은 2020년 SBS 연기대상(‘스토브리그’), 2021년 MBC 연기대상(‘검은태양’)에 이어 통산 세 번째로 대상을 받았다. 무려 4년 동안 3번이나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대상 수상이 불발됐던 2022년에도 ‘천원짜리 변호사’를 통해 강력한 대상 후보였던 점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남궁민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남궁민은 물오른 연기력으로 언제든 ‘대상’을 노릴 수 있는 배우가 됐다.
남궁민은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하던 학생이었다. 중앙대 기계공학부에 입학할 정도로 학업 성적이 우수했다. 그는 tvN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 연기에 빠진 과정을 고백했다. 남궁민은 “교직에 계셨던 아버지는 내가 대기업에 가길 원하셨다”면서 “나는 문과가 체질이었는데, 취업을 생각해 이과로 갔다. 그러다 보니 공부에 마음을 못 두다가 연기에 관심을 가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남궁민은 “당시 인터넷이 없던 시절, MBC 공채 탤런트 모집 공고를 보고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엄마에게 ‘지원해볼까’ 물었더니 웃으시더라. ‘내 아들 내가 잘 아는데, 너는 이걸 할 사람이 아니다. 연예인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넌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셨다”며 “상처도 안 받았다. ‘그냥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남궁민은 MBC 공채 시험에 떨어지고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을 얻었다. 그는 “떨어졌는데 너무 행복했다. 그 순간에 매료된 이후 욕을 먹으면서도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남궁민에게 연기자의 길은 쉽지 않았다. 1999년 EBS 청소년 드라마 ‘네 꿈을 펼쳐라’로 데뷔한 그는 엑스트라 생활 등을 거치며 힘든 단역 생활을 겪었다. 그는 “난 항상 현장의 욕받이 신세였다. ‘더럽게 연기 못해’라고 말하면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현장의 타깃이었다”고 전했다.
2004년까지 단막극과 아침드라마, 일일드라마에 출연해 연기 경력을 쌓은 남궁민은 2005년 최고 47%의 시청률을 기록한 ‘장밋빛 인생’에 지박사 역으로 출연해 맹영이 역의 배우 이태란과 호흡을 맞추며 KBS 연기대상에서 인기상을 수상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이듬해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남궁민은 단숨에 주조연급 연기자로 급부상했다.
이후 남궁민은 KBS 드라마 ‘부자의 탄생’과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리멤버-아들의 전쟁’ 등에서 서브 주연을 맡아 연기를 펼쳤다.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보여준 남규만 캐릭터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전히 ‘희대의 악역’이라 불릴 정도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남궁민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2016년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를 통해 지상파 첫 주연작을 맡은 것이다. 남궁민은 ‘미녀 공심이’에서 공심 역의 가수 겸 배우 방민아와 커플 연기를 펼쳤다.
처음 두 사람의 인연은 악연이었지만, 점차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커플이 됐다. 안단테와 공심의 알콩달콩한 사랑에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꼈다.
‘미녀 공심이’ 속 남궁민의 명대사로 거론되는 것 중 하나는 “왜 때려요?”다. 별다를 것 없는 대사지만, 남궁민의 차진 표현력이 한몫했다. 안단테는 모든 것이 느리게 보이는 뛰어난 동체 시력을 갖고 있었는데, 공심은 이를 신기하게 여겼다. 그럼에도 공심은 안단테의 동체시력을 무력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 공심은 안단테가 보지 않을 때 기습 공격을 수시로 가했고, 안단테는 “왜 때려요?”라는 말로 코믹 연기를 펼쳤다.
‘미녀 공심이’가 남궁민의 첫 지상파 주연작이었다면 2017년 방영된 KBS 드라마 ‘김과장’은 그의 첫 타이틀롤 주연작이다.
남궁민은 ‘김과장’에서 ‘삥땅’ 전문 경리부 과장 김성룡 역을 맡았다. 김성룡은 직장인들의 애환을 통쾌하게 풀어내줘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캐릭터다. 남궁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역 중 하나다. 그가 외친 “미친 세상 내가 먼저 미쳐야 살아남는다”거나 “1번 버티기 2번 더 버티기 3번 죽어도 버티기”라는 대사는 직장인들에게 교훈을 선사하기까지 했다.
‘김과장’을 통해 남궁민은 ‘브로맨스’의 진수도 보여줬다. TQ그룹 재무이사 서율 역의 가수 겸 배우 이준호와는 티격태격 케미스트리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두 사람은 ‘2017 KBS 연기대상’에서 수많은 드라마에서 나온 ‘남녀커플’을 다수 제치고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하며 공식 ‘남남커플’로 인정받았다.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방송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남궁민 전성시대의 시발점이 됐다. 남궁민은 ‘스토브리그’에서 냉혈한 단장 백승수 역할을 맡았다. 백승수는 여러 종목의 단장으로 ‘우승 청부사’ 역할을 해냈지만, 해체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인물이었다.
야구 단장에 처음으로 도전한 백승수는 ‘만년 꼴찌’팀 드림즈 직원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이들은 ‘단장이 야구도 모르면서 개혁을 시도한다’며 그의 혁신 계획을 반대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백승수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갔다. 이 과정에서 남궁민은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며 연기를 펼쳤다.
남궁민은 자신과 대립했던 ‘단장 대행’ 권경민 역의 배우 오정세와 드림즈 프랜차이즈 스타인 임동규를 연기한 배우 조한선과의 갈등도 실감 나게 표현했다.
또한 자신이 트레이드로 다른 팀으로 보내버린 임동규를 향해 “드림즈에서 은퇴하시겠습니까”라고 화해를 건네거나, 드림즈를 인수한 새 대표의 사퇴 요구를 덤덤히 받아들이며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이 과정에서 백승수는 “날이 따뜻해진 것을 보면 단장의 시간은 지났습니다”라고 미련 없이 떠나며 여운을 남겼다.
‘스토브리그’ 속 남궁민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대체 불가’였다. 그렇기에 그에게 대상이 주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스토브리그’를 성공적으로 끝낸 남궁민은 이듬해 방영된 MBC 드라마 ‘검은태양’에서는 그야말로 ‘집념’을 보여줬다. ‘검은태양’ 속 국정원 현장지원팀 한지혁 역을 맡기 위해 14㎏ 증량을 하며 벌크업에 성공했다. 남궁민은 엄청난 피지컬로 국정원 요원의 위압감을 표현해냈다.
또한 수시로 이어진 총기 연습은 물론 액션신까지 완벽하게 만들어내기 위해 고된 일정을 소화해가며 촬영을 마쳤다.
특히 한지혁은 내부의 배신자를 찾기 위해 스스로 기억을 지워야만 하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배우의 표정 연기가 중요했다. 남궁민은 속을 읽을 수 없는 표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선사했다. 그는 모든 것을 의심하는 눈빛과 함께 점차 기억이 돌아오며 깜짝 놀라는 연기까지 일품이었다.
‘검은태양’ 종영 소감에서 남궁민은 “(한)지혁이가 자신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 속 ‘네 동료들을 죽인 건 한지혁. 바로 너야’라는 말을 듣고, 연기를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남궁민은 “네 동료들을 죽인 건 한지혁. 바로 너야”라고 살벌히 외치는 모습뿐 아니라, 이를 보면서 절망에 빠진 채 어리둥절한 모습도 잘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마치 1인 2역을 하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그의 연기에 대한 집념과 열정이 만들어낸 캐릭터 한지혁은 다시금 남궁민에게 두 번째 대상을 안겼다.
2022년 선보인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는 ‘미녀 공심이’와 ‘김과장’에 이어 ‘남궁민표 코믹물’이 다시 한번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작품이다.
남궁민은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수임료를 천원만 받고 일하는 천지훈 역을 맡았다. 천지훈은 변호사 사무실 월세를 내지 못해 임대인을 피해 다니면서도, 어려운 이들을 돕는 사람이었다. 그는 “죽을 만큼 힘들다고 해서 내가 왔습니다”, “우리 법은 죄를 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죄를 짓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등의 명대사를 남겼다.
이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 대사가 있다. 바로 자신이 검사 시절 수사해왔던 JQ 그룹 비리의 핵심 증거를 가진 재무부장이 압박감에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 하자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놓여 있다고 해서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그 끈을 놓아버리는 것만이 최선의 선택입니까”라는 대사로 시청자들을 위로했다.
남궁민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면서도, 백마리 역의 배우 김지은과 코믹 커플 연기를 선보이며 감동과 재미를 모두 잡았다. ‘검은 태양’에 이어 ‘천원짜리 변호사’에서도 함께 한 두 사람의 호흡은 그야말로 일취월장했다는 평가였다.
완벽한 연기를 펼친 남궁민은 이해 열린 SBS 연기대상에서도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아쉽게 수상은 불발됐다. 그러나 프로듀서들이 선정한 ‘디렉터즈 어워드’를 수상하며 다시 한번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처럼 남궁민은 긴 무명 생활을 겪으며 자신만의 연기를 개척했다. 때론 코믹하게, 때론 살벌하게 매 순간 몰입도를 높이는 연기로 ‘대상이 기대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연기자가 됐다.
◇남궁민 필모그래피
△데뷔-1999년 EBS 드라마 ‘네 꿈을 펼쳐라’
△주요 출연작
2005년 KBS 드라마 ‘장밋빛 인생’
2006년 영화 ‘비열한 거리’
2011년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2013년 MBC 드라마 ‘구암 허준’
2015년 SBS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
2015년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
2016년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
2017년 KBS 드라마 ‘김과장’
2017년 SBS 드라마 ‘조작’
2019년 KBS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2019년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2021년 MBC 드라마 ‘검은태양’
2022년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2023년 MBC 드라마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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