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4개 글로벌 기업들 초청…팬데믹 이전 회복 기대하며 성장 자신감
한국 기업들의 기술이전 사례, 지난해 성과로 여러 번 소개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아시다시피 2023년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힘든 한 해였습니다. (올해부터는) 차차 코로나19 이전의 정상 수준으로 회복할 것입니다.”
마이크 가이토 JP모건 헬스케어 투자 글로벌 총괄은 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JP 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개막연설에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투자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 최대 바이오 헬스케어 투자 콘퍼런스로 불리는 JPMHC가 열리는 웨스틴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 앞에는 아직 날이 밝지도 않은 새벽부터 양복에 백팩을 맨 업계 관계자들이 개막시간(오전 7시15분)에 맞춰 부단히 모여들었다.
11일까지 열리는 행사에 발표자로 주최 측의 초청을 받은 기업만 614개. 지난해 발표기업 550개보다 10% 이상 늘었다. 올해 발표기업 시가 총액을 합하면 8조2천억달러(1경780조원)가 넘는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개막연설과 메인 트랙발표가 진행되는 그랜드볼룸에 자리한 1천여명의 업계 관계자의 얼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난 후 세계적 경기침체와 고금리, 저조한 투자 심리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해부터는 투자와 기술개발, 혁신 측면에서 새로운 계기를 맞을 것이란 기대감이 감돌았다.
가이토 총괄은 지난해 바이오 분야 기업공개(IPO)는 거의 없었음에도 이 분야 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했던 데에는 수년간 어려운 시장 상황으로 인한 기업 가치 저평가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올해는 당뇨나 비만, 자가면역질환, 중추신경계 치료제 등에서 보이는 놀라운 혁신이 M&A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발표에 나선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도 성장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메인 트랙 첫 발표자로 나선 크리스 뵈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국제적인 규제 환경의 고도화, 경쟁 환경 격화, 주요 제품의 배타적 권리 감소라는 환경 변화를 헤쳐나갈 것”이라며 “2025년까지 실적을 극대화하고, 2020년대 말까지 최고 수준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목표”라고 말했다.
로버트 브래드웨이 암젠 CEO는 “암젠은 지난해에도 두 자릿수 양적 성장과 폭넓고 심도 있는 파이프라인(개발 중 약품) 진전을 보였다”며 “일반의약품, 항암제, 염증 치료, 희귀병 등 4개 축을 주심으로 장기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지난해 한국기업들과 이뤘던 협력 사례도 주요한 성과로 언급했다.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 CEO는 지난해 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최대 17억 달러(약 2조2천400억원) 규모의 항체-약물 접합체(ADC) 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을 한 것을 언급하며 “두 회사 모두 윈-윈 하는 상황이고, 그 계약에 정말 만족한다”고 밝혔다.
두아토 CEO는 유한양행으로부터 이전받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와 자사의 항암제 ‘리브리반트’ 병용 용법에 대해서도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바스 나라시만 노바티스 대표는 지난해 말 종근당으로부터 염증성 질환 관련 신약후보 물질을 기술이전 받은 것을 언급하며 “지난해 세계 15개 이상 기업과 60억 달러가 넘는 전략적 거래를 했으며, 이것이 핵심 치료 분야와 기술 플랫폼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BMS도 오름테라퓨틱으로부터 백혈병 분야 ADC 신약 후보 물질을 인수한 것을 지난해 성과 중 하나로 언급했다.
한국 제약업계에서도 메인 트랙과 아시아태평양 세션 발표를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셀트리온[068270], SK바이오팜[326030], 롯데바이오로직스, 카카오헬스케어, 유한양행[000100]뿐 아니라 여러 기업이 콘퍼런스 기간 잡힌 수많은 비즈니스 미팅을 소화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발표를 통해 올해 시장 환경을 탐색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행사장에서 만난 제임스 박 GC셀 대표는 “짧은 기간 60여개 미팅을 잡고 회사가 가진 우수 자원을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려 한다”고 말했다.
2011년 녹십자[006280] 대표로 있을 때부터 14년째 JPMHC에 참여하고 있는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 회장은 “JPMHC는 기술 수출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며 “이제 한국 기업들이 기술 수출에 그치지 않고 수출한 제품의 상업화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내 글로벌 무대에서 신뢰성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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