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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006800)이 올해 첫 증권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두 배 수준의 자금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여파로 기관투자가들이 제시한 조달 금리가 높게 나타나 후발 주자들의 고심은 커지게 됐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3000억 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60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 만기 물량은 500억 원 모집에 1600억 원, 3년물은 2200억 원 모집에 3400억 원, 5년물은 300억 원 모집에 1000억 원어치의 주문이 들어왔다. 미래에셋증권은 17일 회사채 발행 때까지 발행액을 최대 6000억 원으로 늘릴 수 있다. 조달 자금은 전액 채무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연초 효과에 힘입어 이른바 ‘완판’에는 성공했지만 조달 금리는 여전히 높게 책정돼 증권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완전히 개선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에셋증권은 희망 금리 범위로 개별 민평 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는데 2년물은 15bp, 3년물은 29bp, 5년물은 18bp를 더한 수준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시장이 평가하는 미래에셋증권 회사채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신용등급 ‘AA급’인 미래에셋증권의 전 거래일 3년물 민평 금리는 4.048%, 동일 만기·등급 민평 금리는 3.966%다. 개별 민평 금리가 시장 평균보다 8bp가량이나 높았는데도 조달 금리는 그보다 더욱 높았던 셈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는 다른 증권사들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016360)이 17일 2500억 원(최대 5000억 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며 KB증권·NH투자증권 등 다른 대형사들도 수천억 원 규모의 공모채 조달 계획을 짜고 있다.
증권사의 공모 회사채 발행은 지난해 10월 한국투자증권의 1800억 원어치 발행 이후 석 달 만이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1500억 원 모집에 최대 3000억 원까지 증액 발행하는 안을 세웠으나 수요예측에서 들어온 주문액은 2300억 원에 불과했다. 3년물의 금리는 최종 연 5.175%까지 치솟았다. 이는 동일 만기·등급 민평 금리 대비 약 50bp나 높은 수준이었다. 당시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까지 겹친 데 따른 결과였다.
한편 롯데쇼핑(AA-)은 이날 25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해 1조 1450억 원어치 주문을 받아냈다. 롯데쇼핑은 수요를 넉넉히 받은 덕에 18일 최대 5000억 원까지 증액해 발행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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