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영상압축 표준기술 관련 특허 中 오포에…美 애플에도 매각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정부 표준특허 창출 지원 사업의 우수사례로 꼽힌 업체가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에 국제 표준특허를 매각한 사례가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9일 ICT업계와 미 특허청(USPTO) 등에 따르면 응용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체 A사는 2020년 5월 중국 오포에 차세대 영상 압축 표준기술인 ‘H.266/VVC’ 관련 미국 특허 20여건을 매각했다.
H.266/VVC는 국제표준화 기구에서 개발된 ‘코덱(CODEC)’ 기술로, H.265/HEVC를 잇는 차세대 비디오 코딩 표준기술이다.
국제 표준특허를 산 오포는 이전 세대보다 더 적은 트래픽과 더 낮은 대역폭으로 보다 빠른 속도의 고화질 동영상 시청이 가능한 디바이스나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 직접 관련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표준특허 보유만으로 우리나라 등 전 세계 IT 기업을 상대로 라이선스비를 챙길 수도 있다.
A사는 2022년 미국 애플에 VVC 관련 특허 20여 건을 매각하기도 했다.
A사가 매각한 국제 표준특허는 특허청 표준특허 창출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은 사례여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허청 한국특허전략개발원(KISTA)이 진행하는 표준특허 창출 지원 사업은 국제표준화를 목표로 하는 국내 기업·기관에 해당 기관 보유 특허와 기술 동향 등 일반현황과 표준화 기구별 표준, 표준화 기구 회원국 특허를 분석해주고 표준특허 확보전략을 컨설팅하는 사업이다.
A사는 2019년 1단계 지원을 받았고 2020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2단계 지원을 받았다.
A사는 2020년 10월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글로벌 ICT 표준 콘퍼런스(GISC) 2020’에서 표준특허 중심의 R&D 기획 및 수행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A사 대표는 당시 표준특허 창출 지원 사업을 통한 VVC 표준 특허 발굴 사례를 발표하며 표준특허 창출 지원 사업을 통해 나온 아웃풋을 바탕으로 몇건의 특허를 글로벌 기업에 매각하는 결실을 맺었다고 밝혔다.
기업이 국비 지원을 받아 확보한 표준특허를 중국 등 경쟁국 IT 대기업에 매각하더라도 보복 가능성 등을 고려한 정부가 지원 중단이나 심사 거부 등 제재를 하지 못하고 있어 유사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특허 전문가인 ICTK 유경동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국비 지원을 받아 창출된 글로벌 표준특허를 경쟁국 IT업체에 매각하는 것은 ‘죽 쒀서 개 준 꼴'”이라며 “기업이나 관계부처가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ISTA 관계자는 “코덱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 없이는 해외 매각이 제한되는 국가 핵심기술이 아니어서 기업이 전권을 가지는 표준특허 매각을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면서도 “외교적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어 상당히 많은 논의와 법률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대책을 세워볼 것”이라고 말했다.
A사는 KISTA를 통해 전달한 연합뉴스의 취재 요청을 거절했으며 연락처 공개 등도 거부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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