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기자단과의 신년인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한국금융신문(2024.01.04)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9일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추진 관련 “채권단도 채무자 측의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기업개선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채무자의 직접 채무 뿐만 아니라, 직간접 채무 또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7개 금융지주(KB, 신한, 농협, 우리, 하나, 한투, 메리츠) 회장 및 산업은행 회장, 기업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4년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원장은 “최근 모 건설사의 워크아웃 신청,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금융회사 건전성 등과 관련하여 금융시장에서의 관심과 우려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정부와 감독당국은 건설사 워크아웃 과정에서 수분양자나 협력업체 등이 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성·건전성이 확고히 유지되도록 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이 원장은 “그룹 내 일부 계열사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모회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피할 수 있도록, 워크아웃 신청기업 뿐만 아니라, 모기업 등 연관회사의 유동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감독당국도 채무자와 채권단의 합의에 기초한 워크아웃 추진을 뒷받침하면서, 복잡한 이해관계가 원활히 조정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율 역할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원장은 “워크아웃의 기본 취지에 따른 채권단의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감독당국도 비조치의견서 발급 등을 통해 해당 담당자에 대해 사후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개시될 경우 채권단이 폭넓은 지원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태영건설 채권단은 오는 11일 예정된 채권자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이 원장은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이 수반되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있어서는 자기책임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채권단은 워크아웃 신청 기업에 대한 금융채권을 유예하여 유동성 여유를 주고, 채무자는 상거래채무와 같은 비금융채무 상환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부담하는 것이 기본 구조인 만큼, 자력이 있는 대주주가 워크아웃중 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상호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 원장은 “채무자와 대주주는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제시함으로써 워크아웃 추진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는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요청을 주주 유한책임 원칙이나 시장원칙에 반한다고 보기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시했다.
향후 취약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어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채권금융회사가 보다 엄중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강조키도 했다.
이 원장은 “만에 하나라도 향후 1~2년 내에 다시 저금리 환경에 기반한 부동산 호황이 올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근거로 예상되는 손실인식을 지연하고 구조조정을 미루기만 하는 금융회사가 있다면, 감독당국에서는 이에 대해 좌시하지 않고 엄중 대응할 것”이라며 “특히, 각 업권별로 현재의 충당금 적립 수준과 향후 예상손실 규모 등을 감안하여 충분한 수준의 손실흡수능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가지고, 신속하게 충당금을 적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구조조정 기업의 협력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여신거래 상의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지원하는 한편, 최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영세 중소건설사에 대해서도 유동성 애로가 악화되지 않도록 상생금융 차원에서 적극적인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시장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부동산 PF사업장을 전체적으로 종합 점검하여 사업성이 없는 PF사업장이 보다 신속히 정리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주문키도 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 문제는 작년부터 채권 금융회사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어 대주단협약을 가동하는 등 연착륙 유도가 이루어지고 있어 시스템리스크 발생 등의 문제가 없다는 견해가 많지만, 그 정리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며 “따라서 PF대주단은 보다 면밀한 사업장 평가 등을 통해 신속하게 사업장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속도를 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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