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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성장·물가 사이 고민하는 美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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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미 연준이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던지느냐”는 것이다. 이런 질문이 무리가 아닌 것이 지난 12월 초만 해도 추가 금리 인상에 방점을 두고 있던 파월 의장이 갑작스럽게 12월 중순 FOMC에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고, 이후에 금리 인하 기대로 시장이 과열되자 연준 위원들이 나서서 이를 주워담으려 하는 등 무언가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혼선을 빚는 이유를 두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성장과 물가 두 토끼 잡기 ‘딜레마’

우선 연준은 물가 안정과 성장의 극대화라는 두 가지 목표(dual mandate)를 갖고 있다.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하지만 어느 하나가 두드러지게 부족한 경우, 부족한 하나에 전력을 집중하곤 한다. 미국의 고용은 여전히 반세기 최저 수준이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상당한 편이었는데, 연준의 목표치인 2%에서 크게 벗어난 물가를 보면서 고용보다는 물가에 초점을 맞춰왔던 것이다. 그런데 2022년 6월 9.1%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최근 큰 폭 내려오면서 3%초반 수준이 되었다. 아직 2%라는 목표치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어느 정도 접근한 것으로 보이니, 혹여나 흔들릴 수 있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물가에 전념하던 연준이 성장도 함께 고려하려고 하는 스탠스의 변화, 시장은 여기서 연준에 대한 혼선을 느끼게 된다.

다음으로 연준은 중앙은행들이 해왔던 과거의 실수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 1990년대 초 일본은행은 버블 징후를 강하게 보이는 부동산 및 주식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빠르고 강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그리고 높아진 금리를 일정 기간 유지하면서 버블의 싹을 자르려는 강인한 의지를 불태웠는데, 그로 인해 일본의 자산 시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이런 자산 시장에 빚을 내서 큰 금액을 투자한 일본 사람들의 손실 역시 컸다. 그리고 이 충격으로 인해 일본 경제는 이른 바 잃어버린 30년으로 접어들게 된다.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지난 해 7월까지 매우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시장에 어떤 충격을 주게 될까? 너무 오랜 기간 고금리로 압박하게 되었을 때 일본이 범했던 크나큰 실수를 연준도 하게 되지 않을까?

이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사례가 1970년대에 존재한다. 70년대는 석유파동의 시대로 기억된다. 당시 중동국가들의 금수 조치뿐 아니라 과도한 재정지출, 금 본위 화폐제 철폐, 물가 통제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높아졌다. 이를 제압하고자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아서 번스는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미국의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당시 미국 닉슨 행정부의 압박 등에 밀려 인플레이션이 살짝 약해지는 시그널을 확인한 후 빠른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한다.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살짝 개선되면 인상을 멈추고, 나빠지면 다시 인상을 진행하는 이른 바 ‘가다서다(stop & go)’ 정책을 적용했던 것이다. 마치 약을 꾸준히 먹으면 금방 나을 수 있는 것을 조금 괜챦아지면 복용을 중단하고 악화되면 그 제서야 과도하게 약을 먹어서 되레 병을 키우는 상황과 비슷하다.

과거 경험에 ‘오락가락 행보’ 계속될 듯

과도한 금리 인상 이후 적기에 금리 인하로 돌아서지 못한 충격이 하나라면, 그 반대편에는 너무 빠른 완화 정책으로의 전환이 인플레이션의 장기화를 낳았던 다른 하나의 사례가 존재한다. 아마 연준 입장에서는 ‘일본식 장기 불황’ 혹은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두려운 과거의 교훈 속에서 중간점을 찾고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연준, 다만 그들이 갖고 있는 부담스러운 실패의 기억들은 무언가 명확한 통화정책을 선택하는 데 부담을 주고 있기에 오락가락 행보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행보는 2024년 한 해 동안에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미국의 금리 변동과 함께 외환 및 기타 자산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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