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현대차·기아의 1월 주요 차종 납기 일정에 따르면 올해 들어 차량 출고 대기 기간이 급감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GV80·GV80 쿠페를 제외한 일곱 개 모델의 출고 기간은 2주에서 2.5개월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일부 대리점들은 곧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앞두고 있는 G70를 주문하면 바로 즉시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현대차 모델 중 가장 대기가 길었던 아반떼 하이브리드도 최대 12개월에서 6개월로 감소했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8개월에서 6개월로,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3개월에서 2.5개월로 줄었다. 팰리세이드(8개월→6개월)와 전기차 아이오닉 6(18개월→16개월)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쏘렌토 출고 기간마저 10개월에서 5개월로 짧아졌다. 스포티지(5개월), K5(3~4주), K8 하이브리드(3~4개월) 등 기아의 다른 인기 차종도 비슷하다. 대기 물량을 이용해 신차 가격을 빠르게 올리던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차 계약 취소가 잇따르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신차 할부 금리 떄문이다. 현대캐피탈의 자동차 할부 금리는 지난해 1월 연 2.9%였지만, 작년 1월 연 6.9%까지 높아졌다. 올해 연 6.4%로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카드사 금리는 더 빠르게 올랐다. 작년 연 8%대로 급증한 후 이같은 수준을 유지해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량을 구매할 경우 모두 현금을 주고 사는 사람들이 드물기 때문에 할부를 이용해 신차를 사는 소비자 비중이 절반 이상에 달한다”며 “아무래도 높은 금리로 차량 구매를 꺼리는거 같다”고 말했따.
이에 따라 완성차업체들의 올해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사상 최대의 생산·판매 실적을 올렸다.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백오더(주문대기) 물량이 누적된 가운데 신차 효과에 힘입어 신규 수요가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자동차 산업 현황과 2024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 성장률은 올해 내수 시장 성장세가 1.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측은 “경기 부진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회복력도 약화해 신규 수요를 제한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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