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이후 1년 넘게 이어진 동결 기조, 경기 둔화에 따른 금리 인하 시작. 2011~2014년에 걸친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행로다.
최근의 상황과 닮은 점이 많아 올해 기준금리 향방을 가늠하는 데 보조 교재로 활용할 만하다. 십수년 전 당시와 다른 건 물가가 완전히 잡히지 않은 데다 가계부채 잔액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서는 등 경제 여건이 훨씬 엄혹하다는 점이다.
오는 11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개최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 공통 키워드 ‘글로벌 불확실성’···유가·PF 이슈 등 닮은꼴
8일 한은에 따르면 국내 기준금리는 2022년 1월 1.25%에서 지난해 1월 3.50%로 1년 새 2.25% 급등한 뒤 올해 1월까지 12개월 연속 같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가 덮쳐 국제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른 여파다.
미국의 양적 완화와 유럽 재정위기, 이란 제재에 따른 유가 급등 등이 혼재된 2011년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폭등하자 한은은 2.00%에 머물던 금리를 3.25%(2011년 6월)로 끌어올린 바 있다. 2012년 7월 0.25%포인트를 낮추며 금리 인하를 시작했지만 2년 뒤인 2014년 8월이 돼서야 2.25% 수준으로 회귀했다. 기준금리를 1%포인트 끌어내리는 데 38개월이 소요된 셈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고조, 미·중 신용등급 악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변동성 확대 등 시차를 잊게 하는 공통점이 있다. 2011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늘면서 저축은행 연쇄 도산 사태가 터진 데 이어 최근에도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 작업) 신청 등 PF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한은 측은 지난달 말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현재의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2011년 저축은행 부도 사태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 물가 하락 더디고 부채 눈덩이…금리 인하 신중론도
2011년 4%에 달했던 물가 상승률은 이듬해인 2012년 2.2%로 뚝 떨어져 한은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다만 최근 물가 하락세는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2022년 5.1%에서 지난해 3.6%로 둔화했지만 여전히 한은 목표치(2%)를 크게 웃돈다.
정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6%로 제시했으나 상반기 중 3%대 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할 만큼 향후 추이를 예단하기 어렵다.
2011~2012년 1000조원을 하회하던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875조6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 66%에서 지난해 101.4%로 높아졌다.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배경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가계부채가 예상 이상으로 증가할 경우 금리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위기 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한편 한·미 간 금리 역전이 1년 이상 지속되는 현상은 과거와 다른 대목이다. 2011년 이후 미국은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정책금리를 0%대로 유지한 반면 우리나라 금리는 2~3%대가 이어졌다. 이에 원·달러 환율도 2011년 말 기준 1151.8원, 2012년 말 기준 1070.6원 수준에서 현재는 1288.0원(지난달 말 기준) 정도로 크게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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