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강성천 전 차관·차정훈 실장 공저
21세기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각변동 속에서 한국의 생존전략을 탐색한 ‘반도체 주권 국가’란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현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인 강성천 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카이스트홀딩스 대표인 차정훈 전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실장이 함게 집필했다.
이 책은 왜 반도체가 무기화되었는지 그리고 반도체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것이 대한민국의 운명과 미래를 어떻게 결정지을지를 상세히 담고 있다.
저자들은 대한민국이 반도체 주권국가로서 미래에도 반도체 산업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세계 반도체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 반도체 생태계 형성에 주력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30여 년 전 ‘21세기 과학기술 G7 국가 진입’이라는 간절한 꿈과 의지를 담아 추진했던 G7 프로젝트처럼 범국가적 관심과 역량을 모아 ‘G7 프로젝트2.0’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공직자 출신 저자들은 반도체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한국의 생존전략을 모색했다. 일본 기업과 경쟁하며 성장한 한국 반도체 역사, 메모리에 편중된 우리 반도체 생태계의 한계, HBM·칩렛 등 첨단기술 트렌드까지 심도 있게 분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부터 스타트업을 비롯해 반도체 수요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까지 아우르는 미래 반도체생태계 형성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추진해야 할 비책을 담았다.
반도체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반도체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저자들은 미국의 패권을 넘보며 반도체 굴기에 막대한 정부지원금을 퍼붓고 있는 중국, 20년간 건설적 관여정책을 고수하며 중국의 성장을 방관하다가 중국 견제를 위해 세계 반도체 산업의 새판을 짜고 있는 미국, 반도체 강국으로의 부활을 노리는 일본,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를 국가 안보를 위한 보험으로 내세우는 대만, 패키징부문에 도전하는 싱가포르, 그동안 중국 등 동아시아 의존도를 높았으나 이제 반도체 생태계의 중심국으로 부상을 꿈꾸는 EU등의 분위기를 자세히 서술했다.
특히 이 책에서는 반도체 주권국가를 향한 한국의 생존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공저자들이 미국 보스턴과 대한민국 서울을 줌(Zoom)으로 연결해 매주 이어간 치열한 토론의 결과물이다. 그래서인지 책장을 넘기다 보면 고래싸움 속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를 한국의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공직자 출신 저자들의 절박한 심정과 무거운 책임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박영선 전 장관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연구한 ‘반도체 무기화’와 ‘패권국가의 전략’을 프레임으로, 반도체의 70년 역사와 현재의 반도체 세계지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언론인 출신 특유의 필치로 패권 경쟁의 핵심인 반도체 전쟁의 승부를 가를 핵심요인이 무
엇인지 밝히고, 반도체 산업의 지각변동 속에서 대한민국이 현재 서 있는 좌표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박 전 장관은 메모리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메모리 반도체 첨단제품인 HBM 투자를 주저한다거나 해외 반도체 주요기업 인수를 포기하는 등 뼈아픈 경험을 한 국내 기업들에 대해서는 경직된 기업문화와 의사결정 구조문제를 지적했다.
강성천 전 차관은 일본과의 반도체 경쟁에서 승리하며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 반도체의 역사를 돌아보고, 2019년 산업정책비서관으로서 직접 관여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극복 과정의 긴박했던 순간들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부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일본과 또 한 차례 대격전을 앞둔 시점에 반드시 곱씹어야 할 징비록도 남겼다.
차정훈 전 창업벤처실장은 현재까지 반도체 시장을 지배한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비결과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게임의 법칙을 밝히고, 메모리에 지나치게 편중된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한계를 극복할 해법을 모색했다. AI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함께 일했던 CEO 젠슨 황, 소프트웨어 개발 엔지니어 등과 직접 겪은 일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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