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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조 라면시장 뒤흔든 여성” WSJ, 김정수 부회장 ‘불닭’ 탄생 비화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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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조 라면시장 뒤흔든 여성' WSJ, 김정수 부회장 '불닭' 탄생 비화 조명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사진 제공=삼양식품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003230)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을 “500억달러(약 66조 원) 규모의 라면 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고 평가하며 집중 조명했다.

미국 유력 일간지 WSJ은 현지시간 6일 김 부회장의 이력과 그가 주도한 ‘불닭볶음면’의 탄생 비화를 담은 약 9000자 분량의 기사를 실었다. WSJ은 김 부회장에 대해 “그녀의 삶은 한국 드라마의 한 페이지에서 찢겨 나온 것 같다”며 “그녀는 삼양재벌가에서 전업주부로 살다가 1990년대 후반 부도를 선언한 라면회사에 돌연 입사했다”고 소개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전 세계 라면 시장은 5년 전보다 52% 성장해 지난해 약 500억 달러 규모를 기록했다. 삼양식품을 포함한 한국의 라면 수출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불닭볶음면은 라면계의 터줏대감 격인 마루짱 또는 닛신보다 한층 모험적인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고 가격도 다른 제품보다 3배 정도 비싸다. 일반 불닭볶음면의 매운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지수는 4404로, 타바스코소스보다 두 배 맵다.

WSJ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미국 코스트코와 월마트, 앨버슨 등 대형 마트에 진출해있고 크로거의 판매대에도 곧 올라갈 예정이다. 월마트는 불닭볶음면이 프리미엄 라면 중 판매량 우수 제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삼양식품 측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일부 서부 해안 지점에서 판매 테스트를 거친 뒤 올해 미 전역에서 파는 걸 검토하고 있다. 앨버슨의 제니퍼 샌즈 최고 상품 책임자는 핑크부터 퍼블, 라임그린까지 삼양 제품의 화사한 포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샌즈 책임자는 또 “제품의 맛과 품질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증가하는 라면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작년 코스피가 19% 상승하는 동안 삼양식품의 주가는 70% 뛰었다.

'66조 라면시장 뒤흔든 여성' WSJ, 김정수 부회장 '불닭' 탄생 비화 조명
미국 수출용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 /사진 제공=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성공의 중심에는 김 부회장이 있다. 극도로 매운 라면에 대한 아이디어는 김 부회장이 고교생 딸과 함께 주말을 맞아 서울 도심을 산책했던 2010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극적인 맛으로 유명한 한 볶음밥 집에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발견한 뒤 안으로 들어서자 손님들이 그릇을 깨끗이 비운 것을 목격한 것이다. 자신과 딸의 입에는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매운맛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자 라면 버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곧바로 김 부회장은 근처 슈퍼마켓으로 뛰어가 비치된 모든 매운 소스와 조미료를 3개씩 사 각각 연구소와 마케팅팀으로 보냈고 나머지 하나는 집으로 들고 왔다. 최적의 맛을 찾는 데는 몇 달이 걸렸다. 식품개발팀은 개발에 닭 1200마리와 소스 2t(톤)을 투입했고 전 세계 고추를 연구하고 한국 내 매운 음식 맛집도 찾아갔다. 2012년 출시 후 유튜버들이 먹방에 나서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K팝 스타 BTS와 블랙핑크가 소개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김 회장은 “처음 시제품을 시식했을 때 (매워서) 거의 먹지 못했지만, 오래 먹다 보니 갈수록 맛있고 익숙해졌다”고 털어놨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故) 전중윤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로, 삼양식품이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자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을 돕기 시작했다. 김 부회장은 기업 경영 경험은 없었지만, 시아버지인 전 전 명예회장과 회사의 사업 문제를 놓고 자주 대화를 했었다.

이후 저렴한 대파와 팜유를 찾기 위해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지를 뛰어다녔다. 김 부회장은 “당시는 절박감만 있었다”고 회고했다. 경영이 안정화된 뒤에는 2006년 구성된 신제품 위원회를 주도해 결과적으로 불닭볶음면 신화를 탄생시켰다.

기업 경영 분석업체CEO스코어의 김경준 대표는 “삼양은 거의 망한 회사였었다”면서 “삼성과LG, 현대 등 대부분 대기업을 창업주의 남성 상속자들이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며느리로서 기업을 회생시킨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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